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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개발 사업 속속 성과 … 공기업·상사·정유사 공조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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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해상광구의 모습. 2013년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무역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2013년 상업생산 예정인 미얀마 가스전(A-1, A-3)의 성공에 사운을 걸고 있다. 지난해 11월 광구의 상업성이 있다는 선언을 하고 시설물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예상 매장량은 4조5000만~7조7000만 입방피트. 우리나라가 약 5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회사가 60%(올 7월 51%로 조정 예정)의 지분을 가진 운영권자다.

이 회사 사람들은 2003년 말 첫 시추 때를 잊지 못한다. 후보지로 꼽힌 4개 지층을 뚫었지만 실패했다. 딱 한 번만 더 파보자고 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인도 국영기업 두 곳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지분 10%를 갖고 있던 한국가스공사가 대우의 손을 들어줬다. 마지막으로 판 그곳에서 가스가 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의지로 빛을 본 사업”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상사·정유사 등 국내 기업이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외국의 거대 자본에 비해 덩치가 작은 국내 기업의 최대 무기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공조 체계다. 축구로 치면 ‘단독 드리블’이 아닌 ‘콤비 플레이’로 골문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인수해 원유·가스를 생산 중인 미국 멕시코만의 해상광구.

◆정보와 기술이 만나다=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은 미국 멕시코만의 해상 유전에서 하루 2만2000배럴의 원유·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2년 전 11억5000만 달러에 사들인 광구다. 지분은 석유공사가 삼성물산의 네 배다. 하지만 매입 과정에선 삼성의 정보력도 큰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은 유전을 소유한 미국의 테일러에너지를 꼼꼼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작고한 이 회사의 전 회장이 장학사업에 열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곧바로 전 회장의 아내인 현재 회장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인재 양성에 노력한 기업”이라며 “테일러재단의 이념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더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을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상사의 정보력은 세계 각국에 촘촘히 심어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60여 개국에 106개 해외 거점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도 40여 개국에 90개 거점이 있다. 반면 공기업은 민간업체보다 기술·인력 등 전문성에서 뛰어나다. 석유공사는 정규직(1178명)의 거의 절반인 566명이 석유개발 부문 인력이다. 가스공사는 연간 2500만t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한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다는 뜻이다.

내년 완공 예정인 멕시코의 만사니요 LNG 터미널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서로의 강점을 더해 따낸 사업이다. 삼성물산 멕시코지점은 원자재 납품 건으로 만난 멕시코전력청 관계자로부터 사업 정보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초대형 LNG 인수기지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멕시코 측에 설명했다. 한국은 2008년 일본·캐나다계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권을 얻었다.

석유 시장을 잘 아는 정유사도 좋은 파트너다. 베트남 15-1 광구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 손잡고 프랑스 회사를 제친 경우다. 지난해 SK에너지가 석유개발 사업에서 올린 매출의 30%, 이익의 50%가 이 광구에서 나왔다.

◆CEO도 ‘크로스오버’=대표적 자원 공기업인 석유공사·가스공사의 사장은 둘 다 민간상사 출신이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지냈다. 가스공사 주 사장은 “공기업은 자금 동원력과 신인도가 높지만 민간기업은 판단·결정이 빠른 장점이 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출장 중인 석유공사 강 사장도 본지와의 국제전화에서 “공기업으로서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서야 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잘 할 수는 없다”며 “해외 거점을 잘 갖춘 민간기업과 협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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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주명(에너지자원공학) 교수는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규모·기술력은 앞서지만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수익성을 앞세우는 민간기업과 함께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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