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해상광구의 모습. 2013년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이 회사 사람들은 2003년 말 첫 시추 때를 잊지 못한다. 후보지로 꼽힌 4개 지층을 뚫었지만 실패했다. 딱 한 번만 더 파보자고 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인도 국영기업 두 곳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지분 10%를 갖고 있던 한국가스공사가 대우의 손을 들어줬다. 마지막으로 판 그곳에서 가스가 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의지로 빛을 본 사업”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상사·정유사 등 국내 기업이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외국의 거대 자본에 비해 덩치가 작은 국내 기업의 최대 무기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공조 체계다. 축구로 치면 ‘단독 드리블’이 아닌 ‘콤비 플레이’로 골문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인수해 원유·가스를 생산 중인 미국 멕시코만의 해상광구.
내년 완공 예정인 멕시코의 만사니요 LNG 터미널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서로의 강점을 더해 따낸 사업이다. 삼성물산 멕시코지점은 원자재 납품 건으로 만난 멕시코전력청 관계자로부터 사업 정보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초대형 LNG 인수기지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멕시코 측에 설명했다. 한국은 2008년 일본·캐나다계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권을 얻었다.
석유 시장을 잘 아는 정유사도 좋은 파트너다. 베트남 15-1 광구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 손잡고 프랑스 회사를 제친 경우다. 지난해 SK에너지가 석유개발 사업에서 올린 매출의 30%, 이익의 50%가 이 광구에서 나왔다.
◆CEO도 ‘크로스오버’=대표적 자원 공기업인 석유공사·가스공사의 사장은 둘 다 민간상사 출신이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지냈다. 가스공사 주 사장은 “공기업은 자금 동원력과 신인도가 높지만 민간기업은 판단·결정이 빠른 장점이 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출장 중인 석유공사 강 사장도 본지와의 국제전화에서 “공기업으로서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서야 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잘 할 수는 없다”며 “해외 거점을 잘 갖춘 민간기업과 협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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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주명(에너지자원공학) 교수는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규모·기술력은 앞서지만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수익성을 앞세우는 민간기업과 함께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