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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 여사, 닭날개 튀기고 상도 차리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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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7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시내 총리 관저 앞. 탤런트 이서진(37)씨 일행이 도착하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가 서둘러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일본 퍼스트레이디의 초대를 받은 이서진씨와 그의 어머니 이윤자(66)씨, 누나 두 명과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응접실로 안내됐다.

미유키 여사는 이서진씨의 열렬 팬으로 유명하다. 그가 정조 역을 맡은 드라마 ‘이산’은 현재 NHK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에 방영되고 있다. 시청률이 높아 이서진씨는 요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손님들이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게 해놓고 미유키 여사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관저 안주인은 한 시간여 동안 손수 닭날개·우엉 튀김 등 일식 요리를 만들었다. 미유키 여사는 요리가 완성되자 직접 접시에 담아 일일이 손님들에게 덜어주었다.

어머니 이씨는 “미유키 여사가 평소 관저에서 도우미 없이 혼자서 살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집에서 먹는 밥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총리가 된 뒤에도 변함없이 아침저녁으로 미유키 여사를 위해 설거지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저녁 식사 메인 메뉴는 총리 부부의 단골 초밥집에서 배달된 ‘특제 스시(초밥)’였다. 이서진씨의 어머니는 선물로 가져간 보쌈김치와 깻잎을 식탁에 올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하토야마(鳩山)’라는 브랜드 이름이 붙은 사케(청주)가 나왔다. 이윤자씨는 “술도가에서 직접 맞추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유키 여사는 이날 이서진씨와 함께 온 디자이너 이씨로부터 한복도 선물받았다. 퍼스트레이디는 “조만간 한국 방문 때 입고 가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관저 집들이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오후 9시가 되자 업무를 마친 하토야마 총리가 합류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번번이 김치를 보내줘 너무 잘 먹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머니 이씨는 “총리가 너무 깍듯하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해 오히려 황송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퍼스트레이디의 초청이어서 조금 긴장하고 갔지만 이웃집에 놀러온 것처럼 너무 편안하게 해줬다”며 “나올 때도 총리 부부가 현관 앞에서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서진씨는 이날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 홍보대사 자격으로 이 단체의 본부를 방문했다. 그는 지난달 민단 출범 64년 역사상 처음으로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이서진씨는 홍보대사 첫 활동으로 ‘레츠트리(일명 이서진) 기금’에서 얻어진 수익금으로 재일동포 독거 노인들을 돕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글=도쿄=김동호 특파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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