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북한 군사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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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이를 둘러싼 한.미 군당국간의 입장 차이를 놓고 최근 국회에서 또다시 논란이 벌어졌다.

김동신(金東信)국방부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은 천마호 전차 생산 등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며 '위협 실체' 를 인정하면서도 "훈련은 예년 수준" 이라고 말해 위협 동향은 높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최근 북한군의 군사력 변화 동향을 집중 조명한다.

◇ 군사력 증강=국방부와 정보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999년 6월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에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뒤 군사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주포 구경이 커진 T-62와 신형 천마호 전차를 생산해 전방과 평양에 배치하고, 대남 침투장비인 소형 잠수함과 수중추진기(SBS-2)도 생산 중이다. 수도권을 사정권에 넣는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도 증강, 전방지역에 배치했다.

포병부대는 견고한 갱도진지를 구축 중이며, 전방.해안지역에 장애물을 보강하고 전투시설물을 추가로 설치했다. 전.후방 10개 전투비행단에 전투기 2백40대를 재배치했고 비행장.방공기지의 대공포 배치를 조정, 방공(防空)능력을 강화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선 한.미간에 대체로 견해를 같이한다. 다만 구체적인 숫자 등에선 차이가 있다.

특히 북한의 스커드 B.C미사일 증강 여부에선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 미사일은 5백여발, 노동1호 미사일은 40여발이다.

또 스커드 미사일은 평남 신계에, 노동1호는 평북 신오리에 각각 배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기지를 각각 세군데씩 새로 건설 중이라는 데 있다.

미군은 북한이 스커드 기지공사를 하고 있으니까 현재의 보유대수보다는 늘어나 스커드는 6백여발, 노동1호는 1백발 정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실제로 늘렸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는 입장이다.

◇ 훈련 강화=이 대목을 놓고도 한.미간에 시각차가 있었으나 최근 상당 부분 해소됐다.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3월 말 미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북한군의 2000년 동계훈련(1월)은 지난 10년간의 훈련 중 가장 야심찬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백서(2000년 12월 발간)는 '육군은 포병 실사격 훈련과 기계화부대 야외 기동훈련, 해군은 전투준비태세 점검, 공군은 협동방공훈련 강화' 라고 표현했다.

슈워츠 사령관의 증언이 나온 이후 한.미간에 시각차가 있다는 비판이 일자 국방부는 '심각한 유류난에도 불구하고 2개 기계화군단에 소속된 전차 등 3천여대의 차량을 동원한 10년 만의 대규모 기동훈련' 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실시된 북한군 하계훈련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당초 이 훈련이 그 이전 동계훈련과 같은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정상회담으로 인해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군 정보 관계자는 "이 하계훈련(7월 말~8월 중순)에는 2개 기계화 군단이 참가했으나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과 참모만 참가한 지휘조 훈련으로 이뤄졌고, 참가한 차량도 동계훈련 때의 5분의1 수준으로 관측됐으므로 축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슈워츠 사령관이 이 훈련을 '가장 광범위한(the most extensive) 것' 이라고 말한 것은 기계화 군단이 참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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