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중심 … 목사는 임기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현재 신자 20여명인 디딤돌 교회는 신앙공동체 본래 모습을 되찾자는 ‘대안의 모색’이다. 사진은 최근 열린 준비모임. [뉴스앤조이 제공]

31일은 제 487주년 종교개혁일. 1517년 이날 독일인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 논제를 담은 교회개혁 선언 대자보를 붙여놓아 종교 지도를 바꾼 역사적인 날이다. 개신교에서 매년 10월 마지막 한 주를 종교개혁 주간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주류 종교로 등장한 지 오래인 개신교 일부 교회의 '지금 이곳에서의 개혁' 모색이 화제다.

그 중 돋보이는 곳이 대안교회를 선언하고 나선 디딤돌교회(윤선주 목사.서울 송파구 방이동). 성장제일주의로 치닫는 요즘 풍토 속에서 기성 교회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교회의 몸짓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딤돌교회는 지난해부터 활성화된 10여개 대안교회의 모임인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디딤돌교회는 세계 교회의 큰 흐름인 평신도 중심주의를 교회 규약에 명시했다. 최근 사회문제가 돼온 목사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교회 내 최고 의결기구를 사무처리회로 못박았다. 의장은 장로가 맡는다. 또 목사는 5년 임기제로 규정했다. 눈여겨 볼 점은 남녀 평등주의 실천. 즉 장로와 안수집사는 남녀 모두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투명 재정과 교회의 사회 기여를 위해 교회의 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는 선교와 사회복지 용도로 지출토록 명문화했다. 이런 교회 규약은 ^교회의 구성원은 동일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한다(평신도 중심)^남녀 구분 없이 하나님을 섬긴다(남녀평등)^예배당을 소유하지 않는다(교회건물 안 갖기)^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기쁘게 감당한다(사회봉사) 등으로 이어진다.

이 교회 윤선주(38) 목사는 '평신도같은 목회자'가 되겠다고 말해온 주인공. 그는 "목회자는 평신도같이, 평신도는 목회자 같이"라는 지론에 따라 목사 우상화를 경계하고 있다. 이런 신앙철학은 지난 10년 동안 목회활동 중 교인들이 교회에는 충성 하지만 막상 그들의 삶 안에서 맺는 신앙적 열매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사회교육관을 빌려 예배 중인 디딤돌 교회는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 1년에 걸친 창립준비 때문이다. 서둘러 교회를 세우기보다 이 시대 교회상을 신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교단 가입을 유보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교회에 따르면 오늘날의 교단은 '목사 보호 카르텔'이라는 것이다. 한편 디딤돌교회는 다음 달 13일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창립설명회를 별도로 연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