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본 대한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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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한생명은 예전부터 꾸준히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한 시장 점유율은 14.4%. 1위는 삼성생명(27.1%)이고, 3위는 교보생명(13.5%)이다. 교보생명이 바짝 따라붙었지만,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계속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생은 올해 수익성이 많이 좋아질 전망이다. 2000년 이전의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는 연 이율 7~8%, 심지어 10%에 이르는 확정금리 저축성 보험이 많았다. 요즘 보험사들이 자산을 잘 굴려야 한 해 6%가 채 못 되는 수익률을 내는 판에, 이런 고금리 상품은 경영에 부담을 준다. 아니, 손실을 입히는 ‘역마진 상품’이다.

하지만 이젠 시간이 흘러 예전의 고금리 상품 가입 고객들이 속속 만기 환급을 받고 있다. 역마진 상품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생은 앞으로 수년간 매년 0.15%포인트 정도 금리 부담이 줄게 된다.

대생을 비롯한 빅3의 시장 점유율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대 초반 빅3의 점유율은 77%였다가 최근 55%까지 떨어졌다. 외국계 보험사와 소형사들의 반격 때문이었다. 빅3는 2000년대 들어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영업을 한 반면, 외국사와 소형사들은 저축성 보험 같은 ‘고수익의 유혹’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저축성 보험에 대한 선호도는 줄었다. 또 앞으로는 퇴직연금이 보험사 판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퇴직연금은 초장기 상품이어서, 가입자는 아무래도 수탁사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따진다. 퇴직연금 확보전에서 다른 보험사보다 빅3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금융위기로 잔뜩 낮췄던 금리가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점도 호재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도 늘어난다.

여기에 대생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인적구조조정을 했다. 또 상장 공모를 하면서 자금도 많이 들어왔다. ‘굴려서 이익을 남길 돈’이 많아진 것이다. 한화증권·한화투신운용·한화손해보험 등 다양한 비은행 금융 계열사가 있어 판매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생 지분의 24.75%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주가가 웬만큼 오르면 예보공사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어서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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