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79% 개표 집계치를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말리키 총리의 법치국가연합과 민족주의 성향의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 연맹체 ‘이라키야’가 전체 325석 중 각각 87석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전국 총득표에선 이라키야가 210만2981표로 여당인 법치국가연합(209만3997표)을 약 9000표 차이로 오히려 앞서고 있다.
중간 개표 결과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실패한 알말리키 진영은 개표 부정 의혹까지 제기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법치국가연합 소속 후보 중 한 명인 알리 알아디브는 “전자개표소 감독관으로부터 ‘바그다드의 개표 결과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했다”며 “재검표가 이뤄질 때까지 개표 결과가 발표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미 시아파 약진=과격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이라크국민연맹(INA)은 당초 40석 정도를 확보하면 성공이라고 평가됐지만 예상 의석은 67석에 달하고 있다. 1, 2위 정당에 크게 뒤지지 않는 3위다. 총선 후 이뤄질 연정 구성 결과에 따라 상당한 지분을 가진 집권세력이 될 수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알사드르의 성공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득세한 친미 세력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알사드르는 서방이 이라크를 점령하자 민병대를 조직해 저항한 인물이다. 이라크 과도정부에 대항해 자체 정부수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알사드르파는 후세인 몰락 후 처음 치러진 2005년 총선에서 제1당인 통합이라크연맹(UIA)의 한 계파로 참여해 30석을 얻었다.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미군 철군 협상에 항의해 2007년 연정에서 탈퇴해 다시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알사드르는 이번 선거 직전 “미국 점령하에서 치르는 선거는 비합법적”이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일단은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유권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알사드르파의 득세는 이란-이라크-시리아로 이어지는 ‘반미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끈 루홀라 호메이니를 추종한다. 자주 이란을 방문해 종교지도자들과 회담하며 친선을 과시해 왔다.
◆미 “추가 병력 배치할 수도”=총선 중간 개표 결과는 미국에 적잖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은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선의 철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치안 상황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에 여단 병력을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해 현재 9만7000명 수준인 전투병력을 8월까지 5만 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까진 완전 철군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군 철수 후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던 친미 알말리키 진영이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뒤이어 연정 구성 과정에 혼란이 지속될 경우 이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국 혼란을 틈탄 알카에다와 수니파 등 반정부 세력의 저항도 철군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