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보다 당첨액 100만원 높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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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LH는 17일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일반분양분 사전예약을 받았다. 분양가가 싸고 입지가 좋다는 이유로 주택청약통장 가입자가 많이 청약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마련된 현장 접수처에서 청약희망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LH 제공]

“18년을 꼬박꼬박 청약저축통장에 돈을 넣었는데 떨어질까 걱정이네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걸 보니 로또 아파트가 맞는가 봐요.”(박모씨·서울 강서구 가양동)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일반분양 첫날인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현장 접수처는 사전예약 및 상담을 받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전 6시30분부터 사람들이 몰렸고 이 때문에 순번표를 받고 10~20분은 기다려야 접수가 가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김춘오 부장은 “서울은 물론 성남·하남 등 경기도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더 붐볐다”며 “지난해 10월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사전예약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9일부터 시작된 위례신도시 특별공급분 사전예약은 대부분 수십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17일 시작된 일반분양분 사전예약에서는 오후 2시에 벌써 모집 가구수(827가구)를 훌쩍 넘긴 3500명(인터넷 접수 포함)이 접수했다. 이날 일반분양 사전예약 대상자는 청약저축 1순위자로, 무주택 세대주 5년 이상, 청약저축 가입액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이었다. 매달 10만원씩 최소 8~9년은 돈을 넣은 사람만이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연령대가 높고 청약통장 금액이 높은 사람들이 현장을 메웠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당첨 커트라인이 예상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기도 성남에서 아내와 함께 현장 접수처를 찾은 정모(60)씨는 “납입액이 1650만원인데 주변을 둘러보니 1700만~2000만원을 부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전용 84㎡ 주택형을 신청하려다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75㎡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시된 강남 세곡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경우 청약저축 납입액 커트라인은 84㎡형 1754만원, 74㎡형 1202만원, 59㎡형 1265만원이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보다 커트라인이 주택형별로 100만원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약통장 납입액이 1500만원 이상인 사람이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조모(55·서울 상계동)씨는 “납입액이 1700만원인데 당첨이 어려울 것 같다. 경기도·인천 사람들까지 청약에 끼어들다 보니 물량이 너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모(61·서울 신림동)씨는 “2000만원 이상 납입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거의 포기했다”고 한숨지었다.

송파구 거여동에서 왔다는 박모(71)씨는 “지난 26년 동안 부은 청약통장 납입액이 3000만원”이라며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싼 위례신도시를 노리고 그동안 통장을 아꼈다”고 말했다.

LH 권오경 부장은 “올해부터 수도권 수요자들도 서울지역 물량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청약 커트라인이 높아질 것”이라며 “잠자고 있던 장기 가입자들의 저축통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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