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새만금 제방에 풍력발전 설치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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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만금 간척공사의 추진여부 결정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넘겨진 뒤 진통 끝에 또다시 연기됐다. 경제성에 대한 검토결과도 찬.반 입장에 따라 달라 대통령조차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화석연료 과용(過用)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약인 교토(京都)의정서를 미국이 거부하고 나서 눈앞의 경제문제 때문에 환경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실감케 된다.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그 한 이유로 60%나 진척된 제방공사를 중단할 경우 철거비가 더 든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축조된 33㎞의 제방을 살려 그 위에 풍력.태양력 발전기들을 설치하고 일정 간격으로 배수갑문과 조력발전 시설을 한다면 갯벌도 살릴 수 있고 새만금 지역을 대규모의 자연청정에너지 시범단지이자 세계적인 관광명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해양생태계가 변하면서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백화현상이 번지고 있다. 바다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해 특산물인 오징어도 급격히 줄거나 서해에 출몰하는 등 기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서해는 최근 중국의 산업화로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겨울엔 해수온도 상승으로 발생한 다량의 수증기가 우리 나라 상공에서 대륙성 찬공기와 부딪쳐 많은 눈이 내렸다. 한편 북극의 유빙이 녹아 꿈에 그리던 유럽 직항로가 열렸다는 보도는 환경재앙의 전조가 아닌지 걱정된다.

몇년 전부터 빈도수가 크게 늘어난 황사 등 세계 도처의 많은 기상이변과 급증하는 각종 전염병은 화석연료 과용으로 공기 중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온실효과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는 점점 가속되고 있다. 주에너지원인 석유나 석탄을 탄산가스 발생이 없는 자연청정에너지로 대체하지 않으면 지구온도는 앞으로 한세기 안에 5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해수면 상승과 사막확대 및 생태계 파괴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터널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많은 과학자는 경고한다.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0.1%의 미미한 수준인 자연청정에너지의 비율을 10년 내에 10% 이상으로 높여야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고유가시대에 해외경제 의존성을 완충시켜 주고 탄산가스 감축협약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새만금 해안은 바람이 많고 햇빛이 강해 풍력.태양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최적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풍력에너지를 1㎾h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980년대 초에는 30센트였으나 요즘은 4센트 밖에 안 든다. 원전에너지의 생산단가보다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1.5㎿짜리 풍차를 33㎞의 제방위에 2백기를 설치하고 2천여만평의 갯벌에 3백기를 추가 설치하면 7백50㎿의 전력을 생산해 4백80만 전북도민의 가정 사용량이 넘는 많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태양에너지와 조력발전을 추가한다면 원전 1기를 능가하는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5㎿풍력발전기 1기의 시설비용이 30억원 정도다. 따라서 풍력발전기 시설비는 앞으로 농지를 조성하기 위한 새만금 간척사업이 계속될 경우 필요한 비용인 5조원의 3분의1도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정도의 시설비용은 7~8년 내에 회수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발전기 가동률을 25%로 잡아도 연간 생산되는 전기료 수입이 2천억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풍차들 사이로 날아오르는 철새가 노을과 함께 장관을 연출하는 세계적인 생태관광명소가 된 새만금을 상상해본다.

이기영 <호서대 교수.자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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