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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물] 서울 강남구 오퍼스 빌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뒷골목에는 소규모 건물들 사이에 철재와 유리를 이용해 감각적이고 경쾌하게 세운 6층짜리 작은 빌딩 하나가 있다. 음악홀과 레스토랑.음악 스튜디오.임대 사무실 등 여러 용도를 가진 '오퍼스(opus)빌딩' 이다.

불규칙하게 파낸 굴곡면을 살린 건물의 디자인이 독특하다. 돌과 벽돌로 지어진 주변의 무표정한 건물들과 대비된다. 이는 용적률을 최대로 하면서 도로폭에 따른 건물높이 제약을 효과적으로 극복한 결과다.

공동 설계자인 에스케이엠의 민성진(켄 민).손학식 소장은 "유리와 골이 파여진 함석을 적절히 조화시켜 내부공간에 빛과 전망을 끌어들였다" 고 설명했다. 특히 빛을 반사하는 함석은 건물에 시시각각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주고 있다.

오퍼스 빌딩의 중심이 되는 음악홀은 신사동 골목의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하에 있다. 또 4~6층에 위치한 음악 스튜디오는 건축 제한 때문에 직각이 아닌 비스듬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음향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한다.

한편 음악 스튜디오나 임대 사무실 내부 공간에 있는 가구와 부속품은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해 별도의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도 전체적으로 통일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1, 2층 레스토랑도 투명한 유리벽으로 굳이 음식점이라는 간판이 필요없다.

건물 부지 한구석 작은 빈터에는 단풍나무 한그루가 소담하게 서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화여대 임석재(건축학과)교수는 "건물 재료나 형태가 대량 소비시대인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고 평했다. 철과 유리 등의 산업재료를 감각적으로 패션화하는 최근 건축계의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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