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마허 6위 “F1 시즌은 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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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4일(한국시간) 열린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 2010 시즌 개막전 바레인 그랑프리. 팬들의 관심은 2006년 은퇴 후 3년 만에 돌아온 미하엘 슈마허(독일·메르세데스)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우승자는 슈마허의 라이벌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였다. 알론소는 6.2999㎞ 서킷 49바퀴를 1시간39분20초396에 내달렸다. 돌아온 ‘F1의 황제’ 슈마허보다 44초163 빨랐다.


◆슈마허와 알론소=슈마허(41)는 ‘F1의 전설’로 통한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모두 7번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F1 60년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 밖에 단일 그랑프리 최다 우승(91승) 등 F1의 거의 모든 기록이 슈마허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전 슈마허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을 건 ‘무서운 아이’가 알론소(29)였다. 2005년 24세에 불과했던 알론소는 슈마허를 따돌리고 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다. 2006년 슈마허와 알론소의 레이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슈마허는 알론소의 머신을 들이받았다. 슈마허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심판은 페널티를 줬다. 또 같은 해 열린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알론소는 “슈마허의 팀 동료인 펠리페 마사가 진로를 고의로 방해했다”며 슈마허를 비난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그 와중에 2006년에도 알론소가 챔피언에 올랐고, 슈마허는 F1을 떠났다.

◆뒤바뀐 운명=슈마허는 올해 ‘벤츠 삼각별’이 빛나는 메르세데스를 몰고 F1에 돌아왔다. 은퇴 전 그는 페라리의 영웅이었다. F1에서 페라리는 매우 특별한 ‘꿈의 팀’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슈마허가 떠난 뒤 페라리의 콕핏(F1머신의 운전석)에는 키미 라이코넨이 앉았다. 페라리는 지난해 라이코넨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알론소를 선택했다.

알론소는 “2005년과 2006년 챔피언이 된 후에도 아버지는 내게 늘 ‘페라리에서 달리고 나면 은퇴해도 된다. 그래야 네 인생이 완벽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이젠 왜 그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F1 전통의 강호의 일원이 된 알론소는 “전설과 경쟁한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그가 돌아와 F1이 더 특별해졌다”고 라이벌의 복귀를 반겼다.

◆경쟁은 이제부터=슈마허가 페라리를 몰던 시절 ‘이탈리아(페라리)의 뜨거운 심장(엔진)에는 독일인(슈마허)의 차가운 피(냉정한 드라이빙)가 제격’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바레인 그랑프리 우승으로 알론소는 ‘이탈리아의 뜨거운 심장엔 스페인의 뜨거운 피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슈마허는 첫 번째 레이스에서 6위에 그쳤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공적인 복귀전”이라고 평가했다. 박기현 F1 매거진 편집장은 “메르세데스 머신은 페라리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슈마허는 침착하게 레이스를 운영하며 머신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올해 F1은 10월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를 포함해 모두 19라운드가 전 세계를 돌며 펼쳐진다. 바레인 그랑프리가 끝난 후 슈마허는 “시즌은 길다. 내 앞에 길이 있고 결국 원하는 곳에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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