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코스닥 문턱 '고수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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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닷컴의 총본산 T밸리에서 고수끼리 열전이 펼쳐지고 있다.

'불경기가 찬스' 라는 판단아래 일제히 코스닥 입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문을 들어가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거물급에 속하는 벤처기업 상당수가 코스닥 등록을 신청해 경쟁이 치열한 데다 심사도 꽤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모 가격은 턱 없이 낮아져 자칫 실리도 못 챙기고 불명예 퇴진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달 중 코스닥위원회 심사를 받거나 금융감독위원회에 유가증권 발행을 신청하는 업체들은 보안업계의 선두주자인 시큐어소프트와 안철수연구소, 대표 소프트웨어업체인 파이언소프트, 온라인 게임업체인 소프트맥스 등 하나같이 이름난 알짜들이다. 메이저 포털인 드림위즈와 증권정보사이트인 팍스넷 등도 가세할 태세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은 "이달에 신청하는 벤처기업이 모두 흑자를 내는 리딩 컴퍼니인 데다 코스닥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져 중도에 포기하는 닷컴들도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고 털어놨다.

'창세기전' 게임으로 잘 알려진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도 "실적이 좋고 비전이 있는 게임분야라 예비심사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앞으로 남은 유가증권 신청이나 공모가 산정 등 이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고 말했다. 이상성 파이언소프트 사장은 "코스닥 심사가 절대 평가지만 시장이 안좋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작은 허물이 결정타를 줄 수 있다" 며 "오는 18일 심사를 앞두고 보고서를 매일 체크하면서 가담듬고 있다" 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들 CEO는 요즘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가랑비도 피한다는 심정으로 몸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안철수 사장은 "우량 기업들이 대거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이번 기회를 살려 추락된 벤처 이미지를 살리고, 다시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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