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특진료 부담하는 교통사고 피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넉달 전 우리집 아이가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전주 J병원에 입원했다.

응급실에 달려가 사경을 헤매며 피투성이가 된 자식을 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선 살려만 달라고 애걸복걸하며 체면도 없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다행히 뇌수술 등 두 차례의 큰 수술로 어느 정도 회복돼 얼마 전 집 근처 개인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그런데 원무과에서 정산을 하다가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특진료가 2백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병실차액료까지 합하면 4백만원이 넘었다.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앞이 까마득했다. 알아보니 조교수 이상이 수술을 집도하면 특진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교통사고 응급환자 수술을 일반의나 수련의가 집도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생명경시 풍조가 아닌가. 결과적으로 중환자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특진 아닌 특진료를 내야만 한다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해자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보험회사는 특진료를 부담할 수 없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험이며 특진인지 묻고 싶다. 알고 보니 이와 비슷한 문제로 다른 보호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평상시 각종 검진을 위해 선택진료를 신청할 경우 특진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응급환자에게까지 특진료를 적용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청구하는 현실은 크게 잘못됐다고 본다. 국민 의료서비스 체계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김병욱.전북 전주시 삼천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