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영화도시'의 두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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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린 벌써 친구가 됐습니다.”

전국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 ‘친구’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이 최근 부산시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부산을 영화도시로 발전시키는데 앞장서온 안상영(安相英)시장과 친구의 흥행 성공으로 市의 노력에 화답한 곽경택(郭暻澤)감독이 ‘영화사랑’이란 면에서 친구가 됐다.

安시장은 이 자리에서 “부산을 ‘영화도시’로 육성하려던 그 동안의 노력이 마침내 큰 결실을 맺었다”며 감격해했다.郭감독은 “영화 촬영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부산시에 감사한다”며 “친구의 성공은 부산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답했다.

두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부산영화 발전에 대해 진지한 의견도 나누었다.

安시장은 “가장 부산(釜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부산의 향토색이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영화 ‘친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그는 1999년 12월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하면서 “부산을 ‘영화 촬영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郭감독은 이에 대해 “부산 말씨나 정서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남성적”이라며 “이런 정서와 부산을 무대로 한 작품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길을 막고 촬영할 때 주변 상인이나 행인들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고 하면 하나같이 ‘고마 하소’라고 하더라”며 “이 말은 내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양보나 허락할 때는 쓰는 부산 말 아인교(아닙니까)”라며 시민들의 도움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郭감독은 “부산은 도시규모가 영화 찍기에 적당한데다 근·현대사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이상적인 영화 촬영지”라고 말하고 “특히 친구의 무대였던 안창마을은 부산도심속의 오지라는 점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郭감독은 또 “영화를 찍으려면 현대적인 모습도 있어야 하지만 50년대의 뒷골목이나 피난촌 같은 곳도 필요하다”며 “미국에서 영화 전문가를 영입,영화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아 보존해야한다”고 바램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安시장은 “부산에서 영화 찍기에 좋은 장소는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겠다”며 “영화 제작사들이 울산 공단과 경남의 농촌지역을 촬영할 때는 울산시와 경남도와 함께 적극 도와줄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사실 두 사람은 친구의 촬영장으로도 쓰였던 부산고등학교의 선 ·후배 사이다. 安시장이 10회,郭 감독은 38회 졸업생이다.

安시장은 “자랑스런 후배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고 郭감독은 “존경하는 선배를 만나 기쁘다”며 인사했다.

郭감독은 “앞으로도 부산에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부산시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한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安시장은 그와 헤어지며 “부산을 세계적인 영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힘쓰자”며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는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서태화씨,명계남 부산영화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코리아 픽처스(영화 배급사) 김장욱영화팀장 등이 배석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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