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전문가가 도배하니 새 집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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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회 회원들이 28일 평화모자원에서 도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최형, 잠깐 여기 좀 잡아줘."

"이 사람아, 오늘은 한지를 먼저 바르고 붙여야 돼."

도배 전문가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나눔회'(회장 김병찬.43.인테리어업) 회원 11명이 28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평화모자원을 찾아 여섯 세대 방을 도배해 줬다. 모자원은 18세 미만 어린이를 양육하는 저소득층 모자가정에 재활 기회를 주기 위해 3년간 무료 거주토록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세대당 방 한개와 부엌 및 화장실로 이뤄진 9평 남짓한 곳이다.

나눔회 김 회장과 회원 10명은 지난해 겨울 인천에서 도배일을 하다 우연히 만나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이후 소년소녀 가정의 전기료를 부담해 주는 등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최근 'We Start 운동본부'로부터 모자원 가정에 벽지와 장판은 있지만 막상 도배해줄 사람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기술 봉사'에 나서기로 하고 이날 모자원을 찾았다.

We Start 운동본부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쉼터와 공부할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희망의 집 만들기' 캠페인를 벌여왔다. 이에 따라 대동벽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www.cyworld.com)가 벽지와 장판.컴퓨터 등을 지원했지만 막상 일손이 없었다. 지난 7일 동광모자원에서 벌인 1호 희망의 집 만들기 행사에서는 대동벽지와 싸이월드 직원들이 도배일을 맡았다.

나눔회 회원들이 도배를 시작하자 낙서 투성이에 군데군데 뜯겨나가 썰렁하던 방은 연노랑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모자원 내 공부방은 분홍색 만화 벽지로 바뀌었다. 벽지 색상과 디자인은 싸이월드 회원 20만명이 투표로 골라줬다. 모자원에 들어온 지 한달이 된 김모(28)씨는 "도배는 입주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막막했는데 도움을 받게 돼 한시름 놓았다"며 한살 된 아이를 꼭 껴안았다.

대동벽지 양인식 차장은 "도배해줄 사람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며 "전문 도배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고 보니 우리 사회의 저력을 느낀다"고 했다.

나눔회 김 회장은 "도배가 끝나 새집처럼 바뀐 방을 떠날 때면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다"라며 "서울시내 나머지 모자원 4곳을 도배하는데도 자원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참여 문의 We Start 운동본부 사무국 02-318-5003~4.

최상연.이원진 기자 <choisy@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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