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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배 신예10걸전 안영길 '왼손의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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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육군 일병 안영길5단이 투혼의 1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태권도 수련 중 부상으로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나온 안영길은 왼손으로 바둑을 두는 어색함 속에서도 과거에 볼 수 없던 투혼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이로써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박정상4단과 안영길5단의 치열한 접전은 29일의 최종국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27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SK가스배 신예10걸전 결승전 2국.

이름 그대로 '정상의 신예'로 불려온 박정상4단은 25일의 첫판에서 승리해 드디어 실력으로 정상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는 현재 다승랭킹 13위. 33승13패의 좋은 성적으로 올해 정상을 향해 쾌속질주해 왔다. 결승전 직전의 분석에서도 전력 면에서 안영길보다 우세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역시 첫 우승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바둑은 초반부터 불리하게 흘러갔다. 펀치력에서는 이세돌9단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안영길의 힘에 밀려 초반에 대량실점을 하고 만 것이다. 이후 박정상의 추격이 성공하며 한때 형세는 역전의 기운마저 감돌았으나 안영길은 날카로운 마무리로 승리를 지켰다. 265수, 백9집반승.

다음은 안영길과의 일문일답

-손은 왜 다쳤나. 왼손 대국이 어색하지 않았나.

"태권도 격파 심사 중 골절상을 입었다. 대국에는 지장이 없었다."

-소속된 부대는.

"3군단 소속의 독립중대인 907 도하중대다. 부대 이동을 위해 다리를 놓는 공병대다."

-오랜만의 대국인데 어떻게 출전했나.

"6박7일의 휴가를 얻었다. 모처럼 만져보는 바둑돌이 너무 좋았다."(안영길은 6개월 전 이 시합 도중 입대했다.)

- 모래의 최종전 전망은.

"고참들이 응원해 주고 있다. 꼭 우승해 함께 기쁨을 나눴으면 좋겠다."

박치문 전문기자

◆ 안영길은 … 대전 출신으로 24세. 허장회 도장 출신으로 1997년 프로가 됐고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했다. 수많은 대회의 본선에 진출했으나 결승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박정상은… 서울 출신으로 20세. 2000년 프로가 되자마자 각종 기전에서 맹활약해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한국바둑리그에서 범양건영을 강팀으로 만든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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