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외화벌이 독려 파격 인사 … 통일전선부 부부장에 이광근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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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근 통일전선부 부부장(왼쪽)이 북한축구협회 위원장이던 2002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참석해 당시 정몽준 축구협회장과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의 이광근(57) 전 무역상(장관)이 지난해 말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정부의 안보부처 당국자는 “2004년 내각 무역상에서 해임됐던 이광근이 지난해 초 노동당의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 부부장으로 복귀했다가 지난해 말 통전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도 “이 부부장은 주독일 이익대표부 경제참사와 무역회사 사장, 무역상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통전부에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업무를 비롯해 남북경협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부장의 발탁 배경에 대해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전부의 경제 감각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련은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2005년 내각 소속이 되면서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로 확대 개편됐다. 그러나 2007년 말 정운업 회장, 허수림 민경련 베이징 대표, 오광식 민경련 단둥 대표 등 주요 인물들이 비리로 처벌된 이후 별도의 내각 직속 기관으로 축소된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부부장은 2000년 47세의 나이로 무역상에 발탁되면서 북한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상징했던 인물이다. 아버지가 김일성의 주치의로서 고위 간부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 소장을 역임한 관계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서울에서 열린 남북 국가대표 간 통일 축구대회 때는 조선축구협회 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이광근은 그러나 2004년 초 당시 장성택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현 행정부장)과 박명철 체육지도위원장(현 국방위원회 참사) 등 고위 간부들과 더불어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호화결혼식 사건에 연루되면서 함께 좌천됐다. 중앙대 이조원(정치외교) 교수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고 경제회생에 매달리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으로선 실물 경제 전문가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이광근의 통전부 부부장 임명을 통해 남한과 해외 교포의 대북 투자를 끌어내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통전부 김양건 부장과 원동연 부부장이 북한의 외자 유치 창구인 대풍국제개발그룹 이사장과 이사를 각각 겸임하고 있어 통전부의 대외 투자 유치와 경협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만들어져 평양의 아파트 건설 투자자를 찾고 있는 평건투자그룹도 통전부가 관할하고 있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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