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사라진 쓰레기 처리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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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생활환경이 한결 쾌적해졌어요.”

광주시 남구 봉선동 남양휴튼1차 아파트 주민들이 쓰레기 자동계량 시스템인 ‘생생하우스’에서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고 있다. [광주시 남구 제공]

15일 오전 광주시 남구 남양휴튼 1차 아파트. 최안순 부녀회장은 ‘생생하우스’를 가리키며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섞어 배출하는 등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남구는 자체 개발한 생생하우스를 9일 이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했다. 생생하우스는 57㎡의 공간에 생활폐기물 압축 계량기와 음식물 처리기, 재활용품 자동계량기 등을 갖췄다. 기기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관급 봉투 대신 일반 봉투 등에 담아 와, 세대 별로 발급된 RFID(무선식별) 카드를 이용해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해당 처리기계에 넣으면 된다. 일반 쓰레기는 무게에 따라 수수료가 책정되고, 재활용품은 포인트로 적립돼 자동 정산된다. 주민 오인숙(50·여)씨는 “쓰레기를 잘 분류해 내놔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측면이 있지만. 수익이 생기는 데다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남구는 이 시스템을 지난해 청사 안에서 시험 가동했다. 이번에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입주자 규모(200가구)가 적당한 남양휴튼 1차 아파트에 처음 설치했다. 비용은 간이 휴게시설을 포함해 7000만원이 들어갔고, 남구가 전액 부담했다.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철저히 할 경우 생활폐기물 부과 수수료는 가구당 월 5000원 정도이던 게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남구는 전망했다. 이현 남구 자원순환팀장은 “일반 쓰레기는 20%가량 줄고. 재활용 쓰레기는 200~300%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국비 지원을 요청해 설치 아파트를 늘려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1995년 배출자 부담 원칙에 따라 도입된 전국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연간 생산량이 10억여 장으로 생산비만도 491억여 원에 이른다. 인구 20여 만명인 남구의 경우 연간 300만~400만장을 찍어내는 데 2억5000만원이 든다. 또 종량제 봉투 자체가 2차 토양 오염원이 된다.

생생하우스는 관급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지 않도록 설계된 데다 정부의 저 이산화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부합해 환경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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