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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이머징 마켓에 선진금융 시스템 수출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미래에셋타워(왼쪽부터 셋째)가 자리한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 야경. 미래에셋증권 상하이 법인등이 입주해 있다.

‘한국 금융 시스템을 세계에 수출한다’.

증권·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이런 모토 아래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03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운 것을 필두로 자산운용이 영국·인도·미국·브라질에 진출했고, 증권은 홍콩·베트남·중국·영국·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미래에셋의 현지법인들은 ‘펀드 종합상사’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입한 해외 펀드 운용을 위해 만든 게 아니란 소리다. 국내 펀드는 물론 현지 펀드도 만들어 현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상품으로 치면 수입·수출은 물론 외국에서의 현지 제조·판매까지 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의 현지 펀드는 빼어난 수익률로 각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도 성장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오퍼튜니티 펀드’는 현지의 동종 펀드 중 연간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 유력 일간지인 ‘Mint’는 이 펀드를 ‘인도 주식형 우수 10대 펀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내놓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배당주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 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주식 시장의 보베스파 지수 상승률(62%)을 33%포인트 웃도는 실적으로, 브라질 내 비슷한 성격의 펀드 중 가운데 최상위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 1월 열린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개소식. 왼쪽부터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장(당시 전략기획본부장), 비제이 솔로몬ICICI은행 아시아 홍보담당, 마드하브 칼리안 ICICI은행 아시아 총책임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 [미래에셋 그룹 제공]

인도에서는 한때 ‘오퍼튜니티 펀드’ 때문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의 뚝심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사정은 이렇다. 오퍼튜니티 펀드는 인도 주가지수가 거의 꼭짓점에 다다랐던 2008년 1월 출시됐다. 초반에는 그런 대로 괜찮았으나 그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여기에 뭄바이 호텔 인질 테러, 인도 정보기술(IT) 기업 사트얌의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회계 분식 사건 등이 터졌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악재란 악재는 죄다 겹친 것이다. 당연히 주가지수는 폭락했다. 2만에 가깝던 주가지수는 80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펀드에 넣었다 돈을 잃은 고객들 항의가 빗발쳤다. 그런 사정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때 미래에셋은 다른 길을 택했다. 여느 운용사들은 주식에서 돈을 뺐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환매에만 응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오히려 주식 비중을 높였다. 이미 바닥이어서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판단이었다. 그게 적중했다. 인도 주식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래에셋의 펀드는 정상을 되찾았다. 주식에서 돈을 뺀 경쟁사들의 펀드는 도저히 미래에셋의 수익률을 따라올 수 없게 됐다. 이런 실적을 쌓으면서 미래에셋은 매년 펀드 수탁고가 40%씩 늘어나는 인도 시장에서 고객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사고’를 쳤다. 이른바 ‘메이저급’ 대형 외국 금융회사들을 제치고 2007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이 1호 증권사(합작)를 세운 것. 인구 1억 명에 이르는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투자시장을 선점하려고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눈독을 들여오던 터였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의 신흥 시장 주식 투자 규모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어 신흥 시장에서 평판이 좋은 데다가, 베트남의 한류 열풍 덕도 봤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데 맞춰 글로벌 인재들도 속속 끌어들이고 있다. 시티증권 수석전략가 아제이 카푸, 노무라 증권의 로한 댈지엘 등 거물들을 홍콩에 자리한 글로벌 리서치본부에 영입했다. 해외 현지법인의 최고운용책임자(CIO) 자리도 외국인들이 상당수다. 현지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산운용의 최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의 현지법인 CIO들은 수시로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 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글로벌 투자 전략을 논의한다.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브라질에 증권 현지 법인을 설립 중이다. 2008년 설립 작업을 시작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이기동 실장은 “브라질에서는 펀드 시장뿐 아니라 투자은행(IB)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구원회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장
“해외진출 성공 비결? 철저한 현지화죠”

“해외 진출을 통해 이머징 마켓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면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금 조달의 창구가 되는 셈이죠.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국가 부의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원회(사진)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은 해외시장 공략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국내 투자자에게 폭넓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 영토’의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와 산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주요 해외 공략 대상은 이머징 마켓이다.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블루칩 시장’에 주목합니다.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중심이죠. 안정된 정치제도와 시장 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 외국인 투자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도 고려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한 지역이 중국과 인도·베트남. 이곳엔 이미 현지 법인을 설립해 뒀다. 이어 브라질의 현지법인 설립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의 현지법인에 브라질까지 추가되면 이머징 마켓의 핵심 지역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이머징 마켓에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에 비해 브랜드와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세워 대형 IB와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길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투자시장을 공략할 때는 해당 국가의 세법과 법률, 금융환경과 문화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죠. 이 때문에 현지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해외법인 인력의 90% 이상을 현지 채용으로 채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행운도 있었다”며 “훌륭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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