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세계 표준이 된다 … ‘글로벌 스탠더드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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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달 초당 240장의 프레임을 보여주는 240㎐ 3D(입체)TV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3D 전용 안경을 쓰고 입체 영상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빅 싱크(Big Think) 전략』 『체험 마케팅』의 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MBA)의 번트 슈미트 교수는 이번 학기 강의에 삼성전자의 듀얼카메라를 혁신사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세계 최대의 전자기업인 삼성전자 배우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한 해외 대학 MBA 대학원생 수가 90여개 팀 26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삼성전자 방문은 필수코스처럼 되었고, 그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코넬·듀크·캘로그대의 MBA 학생들이 삼성전자를 방문했으며 중국 베이징대, 싱가포르 국립대, 인도 니르마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대의 MBA 학생들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해 11월 26일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은 더이상 일본의 학생이 아니라 파트너이며 교사”라고 적시했다. 일본의 경제월간지 ‘팩타(FACTA)’도 지난해 12월호에서 “삼성전자는 40년 전 산요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이후 일본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기업을 목표로 비상하려 한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삼성전자가 내놓는 제품이나 부품은 글로벌 기업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뒤처지게 만드는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 스스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표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SD램·DDR·DDR2 D램을 비롯해 차세대 DDR3 D램이 국제 표준제품이 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DDR D램의 경우 1997년 업계 첫 64Mb(메가비트) DDR 제품발표에 이어 2000년에는 DDR266, 2001년 DDR333, 2002년 DDR400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발표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기술에 대한 시장우위 계보를 이어 왔다. DDR2 D램의 경우도 98년부터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표준화를 추진해 2002년 3월 반도체표준협회(JEDEC)가 국제 표준제품으로 공식 채택했다. 특히 2004년부터 JEDEC의 회장사를 맡아 반도체 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인텔·대만 TSMC 3사가 반도체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산 비용 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2012년 파일럿 라인 가동을 목표로 450㎜ 웨이퍼로의 규격 전환과 표준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450㎜ 웨이퍼의 표면적과 칩의 개수는 300㎜ 웨이퍼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이어서 높은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표준 만들기는 TV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TV 업계 최고 히트 상품으로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LED TV는 초슬림(10.8㎜) LED TV용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기에 출시가 가능했다. 초슬림 TV 시장을 개척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10㎜ 두께의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2008년 7.9㎜를, 지난해 10월에는 3.9㎜를 개발하는 등 초슬림 패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LED를 적용한 TV 패널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지난해 전체 LED TV 패널 시장의 59.6%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영화 ‘아바타’ 열풍으로 인해 3D(입체) TV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에 발 맞춰 초당 240장의 프레임을 보여주는 240㎐ 3D TV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채용한 3D TV가 지난달 첫선을 보이며 소비자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지난해 ‘LED TV=삼성’이었다면 올해는 ‘3D TV=삼성’으로 만들겠다”며 “5년 연속 디지털 TV 세계시장 1위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신분야에서는 3G(3세대) 와이브로를 국제표준으로 승인받은 데 이어 4G 등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모바일 와이맥스로 전 세계 4G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4G 이동통신의 양대 유력 후보 기술인 모바일 와이맥스와 LTE(롱텀 에볼루션) 등 두 가지 신기술을 모두 앞세워 차세대 이동통신 업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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