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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기프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영어로 기프트(gift)는 선물 외에도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뜻한다. 영화 '기프트' 에선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

동양에서 신이 사람의 몸에 내려 신통한 일이 생기는 것을 흔히 접신(接神)으로 표현하듯 영화의 주인공인 애니(케이트 블란쳇)에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환영(幻影)으로 알아맞히는 능력이 있다. 이웃들에게 생긴, 혹은 생겨날 불행을 감지하는 것. 영화가 공포스런 분위기로 흐른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애니는 평소 마을 사람들의 벗이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애니의 평소 일은 카드로 이웃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초콜릿' 의 비엔(줄리엣 비노슈)이 달콤한 초콜릿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주듯 '기프트' 의 애니는 카드점으로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러나 이같은 재능이 그녀에게 화(禍)가 된다. 남편 도니(키아누 리브스)의 폭력에 시달리는 말레리(힐러리 스웽크)를 도우려던 애니는 오히려 도니에게 협박을 받는다. 이후 도니는 마을의 바람둥이 처녀 제시카의 살인자로 몰리고, 애니는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그런데 진짜 살인범이 따로 있었으니….

영화는 숲이 우거진 늪지대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가득 풍긴다. 등장인물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성적 학대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자동차 정비공 등 대부분이 비정상이다.

반면 그 이상의 다른 개성을 찾기 어려운 것이 취약점이다. 흔한 공포영화나 스릴러와 구분되는 그 무엇이 없다. 샘 레이미 감독은 중간 중간 반전장치를 삽입했으나 관객의 허를 찌를 만큼 정교하지 않다. 키누아 리브스.케이트 블란쳇 등 스타들의 명성에 기댄듯한 인상이다. 14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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