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와 두가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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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화에 대한 NGO의 대응은 두가지다.

하나는 국제연합(UN)을 필두로 한 국제기구 및 각국 정부들과의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국가.시장.시민사회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조정양식 또는 복합조직을 뜻함)를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를 적극 반대하는, 이른바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시장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 저항해 온 후자의 흐름이다. 세계화에 대한 NGO들의 직접 행동의 역사적 효시는 흔히 1997~98년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운동과 '쥬빌리 2000' 이 주도한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이 꼽힌다.

다자간투자협정 반대운동에선 세계 각국 NGO와 노동조합들이 대거 연대해 초국적기업에게 구매와 판매, 사업을 이전할 수 있는 무제한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려는 다자간투자협정에 대한 반대 투쟁을 전개해 협상 중단을 이끌어 냈다.

또 '쥬빌리(Jubilee. 禧年)에는 너희들 가운데 가난한 자는 없을 지어다' 라는 성경 구절에서 그 이름을 따온 '쥬빌리 2000' 에서는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을 벌임으로써 중채무빈국 외채탕감계획을 채택하게 하는 등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 두 운동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을 반대하는 반세계화 운동이 활성화되었으며, 1999년 시애틀과 2000년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세계화 대중 시위가 일어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단체들에는 노동단체에서 인권단체, 여성단체, 환경단체, 평화단체, 소비자단체, 그리고 에이즈 인권활동가와 장애인 로비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NGO들이 포함됐다.

시애틀 시위에서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의 역할이 두드러졌다면, 워싱턴 시위는 미국에 기반을 둔 '50년이면 충분하다(50년간 지속돼온 WTO 등 세계체제는 지겹다는 뜻) (http://www.50years.org) 네트워크와 이와 관련된 제3세계 NGO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와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일어난 세계경제포럼 반대 시위를 들 수 있다.

대규모 시위와 각종 포럼을 통해 세계화가 갖는 야만성을 폭로하는 이런 반세계화 운동 연합에 물론 단일한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건한 흐름이 WTO, IMF, 세계은행의 개혁론을 지지한다면, 급진적인 흐름은 해체론을 제시하는 등 개별 사안에 대한 작지 않은 이견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반세계화 운동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단체와 네트워크로는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picis@jinbo.net)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KHIS) (http://www.khis.or.kr)가 있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가 WTO와 투자협정에 대한 국내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는 아시아의 인권과 다국적기업을 감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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