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 돋보기] 광주 봉선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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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광주의 대표적인 아파트촌으로 꼽히는 남구 봉선지구. 도심이 가깝고 제석산 아래에 위치해 광주 최적의 주거지로 여겨져온 곳이다.

그러나 이 일대가 요즘 추가 택지개발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남구가 수익사업의 하나로 벌이는 봉선2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해친다며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대표 龍南燮 등 3명)를 구성,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봉선2지구 택지개발=남구는 1996년 삼익아파트 앞 도시계획법상 주거지역(4만8천평).자연녹지(3만2천평) 등 8만평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IMF 여파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져 건교부에 지구 지정 해제를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자연녹지지역 3만2천평만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됐다.

지난해 8월 토지보상에 필요한 2백억원을 선납금으로 받고 시공자로 보성건설.남광건설을 선정했다. 토지이용계획은

▶아파트 1만7천평

▶단독주택 2천4백평

▶상가 1천4백평

▶공용청사 8백평

▶근린공원 4천5백평 등으로 잡혀 있다.

아파트 1천5백가구와 지상 1층.지상 7층의 남구종합문예회관, 의회청사, 청소년 수련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토지보상이 80% 정도 끝났다. 제석산 자락 일부의 소나무 등을 베고 공사에 들어갔으며 내년 12월 안에 아파트 건설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 봉선지구=광주 중심축인 금남로와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인 데다 제석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어 최적의 주거지로 인기를 끌어왔다.

현재 15개 아파트단지에 약 8천가구가 살고 있다. 순환도로 인근 모아.라인아파트 지역만 광주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택지조성을 했다. 금호.삼익아파트 등 제석산 인접지역은 건설업체들이 각자 땅을 사 아파트를 지었다. 때문에 인구밀도는 높은 데 비해 도로망은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 교통체증=봉선지구의 인구밀도는 ㏊당 3백4명으로 인근 화정지구(2백72명) 등보다 높다. 반면 도로 대부분은 왕복 2차로로 좁아 교통체증이 매우 심하다.

광주시는 봉선2지구에서 제2순환도로 용산인터체인지까지 길이 1. 2㎞.너비 25m(6차로)의 도로를 뚫을 계획이다. 주민들은 시 재정난을 들어 새 아파트단지 입주 전까지 개통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새 도로가 나더라도 추가 인구유입에 따른 교통 유발량이 커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 학교 과밀화=봉선2지구 개발예정지 가운데 학교용지를 낀 주거지역이 제외되면서 학교 신축이 어렵게 됐다. 광주 서부교육청은 학교용지를 택지개발지 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

교육청은 인접한 불로초등학교(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나 부지매입.조성 공사비 50억원의 절반을 시가 부담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가 신설되지 않으면 기존 유안.조봉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10여명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등3차 아파트에 사는 文모(37)씨는 "남구가 주민들의 지적에 대해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산책로를 훼손하고 공사에 나서 답답하다" 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공영개발을 않고 그냥 놔두면 업체들의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로 난개발이 이뤄질 것" 이라며 "40억~50억원으로 예상되는 사업수익은 기반시설 확충에 재투자할 것" 이라고 밝혔다.

천창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대책위 용남섭대표

사진=김상선 기자

◇ 대책위 용남섭대표

"구청이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봉선2지구 택지개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용남섭(67·삼익 1차아파트·◐G◑사진◐M◑)대표는 "주민 공청회와 설명회도 제대로 않고 착공,주민들의 불신을 가중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龍대표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20년 이상된 소나무 등 2천여그루를 잘라냈다"며 사라지는 도심 한복판의 녹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개발 예정지에 묻혀 있는 쓰레기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다.남구는 10여년 전에 매립된 쓰레기의 양을 1만5천여t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꾸려진 대책위는 그동안 주민청원서 제출 등의 활동을 했으나 남구는 근린공원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적 개발을 내세울 뿐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더욱 악화될 교통난도 주민들로선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龍대표는 "최소한 택지개발과 동시에 도로 공사에 들어가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龍대표는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된다면 주민들 가운데 봉선2지구의 새 아파트로 이사가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봉선지구가 살기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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