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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01 밀라노 가구 박람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붉은 카펫 위에 놓인 교자상 모양의 테이블, 평상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놓은 듯한 낮은 침대, 장식을 극도로 절제한 미닫이문의 가구….

지난 4일부터 6일 동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1년 밀라노 가구박람회' 의 가장 큰 특징은 앉아서 생활하는 동양의 좌식(坐式)문화 디자인이다.

침대.테이블.소파의 높이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전시된 테이블들의 다리는 대부분 10㎝ 높이에 불과하다. 넓은 교자상이나 시골집 평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가구회사 B&B와 모르테니의 티 테이블은 아예 바닥에 앉아서 마실 수 있도록 낮게 만들었다. 침대에는 다리가 아예 없다.

평상처럼 납작하고 낮은 판 위에 이불을 올려 놓거나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다. 침대인지 평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모르테니는 둔탁한 느낌을 주는 붉은 색 계통의 '차이니스 레드' 로 소파와 침대 커버를 물들여 동양적 느낌을 줬다.

이탈리아 가구업계 10위권에 드는 미주라엠메는 평상처럼 낮은 판으로 침대를 만들었지만 매트리스 주변에 50㎝ 이상 여유를 둬 마루에 걸터앉은 기분을 갖게 했다. 소품도 대나무와 도자기 등이 많아 동양미를 더했다.

전시를 참관한 국민대 최경란(산업디자인과)교수는 "서구 디자이너들이 동양의 문양 등 단순한 외양뿐 아니라 동양문화의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해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소재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양하다. 독일의 대표적인 가구회사 인터뤼케는 전체가 반투명 유리로 된 가구를 전시했다. 가구 안에는 색이 수시로 변하는 조명장치를 넣어 가구색깔이 푸른색.붉은색 등으로 바뀐다.

이탈리아 생활가구 제조회사인 카르텔은 플라스틱 소재의 가구를 내놓았다. 모양을 쉽게 낼 수 있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빛깔과 디자인의 투명의자.수납장.소파 등 대중적인 작품을 내놨다.

한샘 인테리어사업부의 강승수 부장은 "모르테니.B&B.인터뤼케 등 유럽의 선두업체들이 가구박람회를 통해 세계 가구디자인을 이끌어 간다" 며 "박람회에서 인정받은 가구들은 1년 정도 지나면 상품으로 나온다" 고 말했다.

디자인특별관에는 우리 대학으로는 처음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이 초대돼 눈길을 끌었다. '살로네 사텔리테' 라는 이 전시장은 신진 디자이너와 학생을 위한 실험전시공간이다.

동양권에서 초대받은 대학은 무사시노 등 일본 대학 두 곳과 국민대가 전부다. 국민대측에서는 '동쪽의 향기' 라는 주제 아래 30명의 학부.대학원 학생들이 참가했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의 이찬 교수는 "세계 최대 가구박람회에서 국내 대학을 초청한 것은 그만큼 우리 가구 디자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 라며 "동양문화의 특색을 살린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고 말했다.

1961년 시작한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매년 4월 열린다. 매년 1월 열리는 쾰른 가구박람회와 함께 세계 2대 박람회로 꼽힌다. 올해엔 이탈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35개국 2천5백24개 업체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도도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여했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전시장 밖에서도 열린다. 밀라노 시내 곳곳의 빌딩과 창고 등 5백여 곳에서 디자이너와 기업들이 전시회를 연다. 시내 전체가 가구 박람회를 여는 셈이다. 박람회장이 상업성을 띤 공식전시장이라면 시내는 예술성을 강조한 개인전시회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밀라노=최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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