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5.4% … ‘못난이’ 해외 리츠펀드 ‘금둥이’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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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해외 부동산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못난이 펀드’였던 해외리츠펀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공모형 해외리츠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45.39%였다.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디스커버리리츠부동산1(77.28%)과 하이SLI글로벌프로퍼티부동산1(74.90%), 한화라살글로벌리츠(70.42%) 등은 1년 평균 수익률이 70%를 넘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회사다. 상가나 사무실에 투자해 나오는 이익을 배당한다. 국내에서 팔린 해외리츠펀드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다양한 리츠에 펀드자금을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해외리츠펀드는 2006년 대안 투자의 대표 펀드로 주목받으며 2007년 상반기에만 5조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08년 평균 수익률이 -35.45%를 기록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해외리츠펀드가 부진을 떨쳐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다.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며 호주와 홍콩·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리츠 주가가 크게 오르자 수익률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리츠 시장의 성과도 좋아지면서 지난해 세계 리츠 시장의 수익률은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렸다.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 수익률은 85.6%에 달했고, 홍콩 리츠도 64.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 리츠 시장인 미국은 지난해 27.9%의 수익률을 냈고, 한국(28.4%) 리츠의 수익률은 호주(10.4%)와 뉴질랜드(12.7%)를 앞질렀다.

해외리츠펀드의 성적표는 투자 지역에 따라 갈린다. 1년 수익률로 살펴보면 주요 글로벌 리츠펀드가 아시아 리츠펀드나 일본 리츠펀드보다 전반적으로 나았다. 금융위기의 타격이 가장 컸던 미국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며 수익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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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리츠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올 초 실업률이 10%대까지 치솟으며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부펀드(CIC)가 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JP모건체이스는 부동산투자회사인 인랜드웨스턴이 발행한 상업용부동산담보부증권(CMBS) 5억 달러어치를 매입해 민간에 판매했다.

영국을 앞세운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도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전분기 대비 40% 늘어났고,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신규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4%나 증가했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향후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강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시장이 편입된 글로벌 리츠펀드의 전망이 가장 밝아 보인다”고 밝혔다. 아시아리츠는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긴축부담 때문에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츠펀드라고 해도 투자지역은 제각각이다. 따라서 투자할 글로벌 리츠펀드를 고를 때는 투자 국가와 지역을 잘 따져야 한다. 한화운용의 ‘한화라살글로벌리츠’는 미국 등 북미에 48%를 투자하고, 유럽(16%)과 아시아·호주(16%)에 나눠 투자한다. 나머지 4%는 환헤지에 쓴다. 골드먼삭스운용의 ‘골드먼삭스글로벌리츠’는 호주(40%) 비중이 가장 높다.

해외리츠펀드 전망이 아직은 밝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권정현 연구원은 “임대가 줄어들고 여전히 공실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리츠펀드를 적극적인 투자 대상으로 삼기에는 변동성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종료에 따른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오대정 팀장은 “리츠펀드는 부동산이 아닌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주식 시장의 영향이 더 큰 만큼 부동산 가격과 리츠 가격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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