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안 줘도 군비 증강” 무기 구입 팔 걷은 차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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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으로부터 무기 금수 조치를 당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중국에서 사들인 K-8 전투기 6대의 시험비행을 13일(현지시간) 실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주문한 18대 전투기 가운데 1차 인도분이다.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중국에서 모두 40대의 K-8 전투기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베스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바르키시메토 시의 공군기지에서 열린 시험비행 행사에 참석해 “ 제국(미국)은 우리를 비무장 상태로 만들려 하나 사회주의 중국이 전투기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2006년부터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해 오고 있다. 차베스 정권이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펴는 데다 미국의 적성국이나 다름없는 쿠바·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금수 조치로 인해 베네수엘라가 보유하고 있는 미제 F-16 전투기는 유지·보수가 안 돼 방치되고 있다. 애초 구매하려던 브라질제 엠브라에르 전투기도 미제 전자부품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이 좌절돼 결국 K-8로 기종을 바꿨다.

미국 정부는 차베스 정권이 과도한 무기 구매로 최근 몇 년간 남미의 군비 경쟁을 촉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중국에서 10기의 레이더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페인에선 해군 순찰함을 들여왔다. 러시아로부터도 수호이-30 전투기 24대와 T-72 탱크 92대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2005년 이후 4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매했다. 이번 주 중 베네수엘라를 방문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무기 공급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K-8 전투기가 조종사 훈련과 마약 단속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이웃한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코카인이 미국과 유럽 등지로 흘러가는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최근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이곳을 군사기지로 이용하려 하고 있어 베네수엘라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 좌익 반군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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