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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대표 향토음식 산업화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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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새재도립공원에는 ‘문경산채비빔밥’이란 음식점이 있다.

메뉴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문경지역의 취나물·다래순 등 산나물을 얹은 비빔밥이다. 이들 산나물은 지역 농가가 직접 공급한다.

이 음식점은 경영 방식이 특이하다. 음식점 건물은 문경시 소유며 운영은 문경시 농업기술센터가 맡고 있다. 수익금도 전액 시로 들어간다. 시가 운영하는 음식점인 셈이다.

음식점 직원 6명은 시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우리음식연구회의 회원들 중 선발됐다. 문경 우리음식연구회는 전체 회원만 150여 명이다. 이들은 1996년부터 사라져가는 전통음식·향토음식을 재현하고 개발하는 모임을 가져왔다. 패스트푸드 등에 밀려나는 우리 음식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여기서 향토음식으로 문경산채비빔밥을 개발했고 2008년 마침내 음식점 운영으로 발전했다.

문경산채비빔밥은 문경 우리음식연구회원들이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이다. 단체 손님에게도 1인용 독상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제공]

산채비빔밥 요리 개발 책임은 문경 출신으로 조리명장 2호인 박병학씨가 맡았다. 재료는 모두 지역 농산물이다. 비빔밥에 나오는 된장·고추장은 물론 각종 소스도 회원들이 직접 만든다. 그릇은 문경 도자기와 유기를 쓴다. 상 차림도 차별화했다. 모두 1인 독상으로 나온다. 여러 사람이 된장찌개를 같이 먹느라 이 사람 저 사람이 한 뚝배기에 숟가락을 넣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덕분에 벌써 외국인 300여 명이 다녀갔다.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줄을 이었다. 40석 자리는 주말이면 예약없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만 2만여 명이 이 음식점을 찾아 매출 2억원을 올렸다. 문경산채비빔밥 유광희 서비스실장은 “반응이 좋아 기내식과 고속도로 휴게소 진출을 검토하는 한편 체인점 사업도 추진 중”이라며 “고용 창출은 물론 한식 세계화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이 향토음식의 발굴·계승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농업기술원은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우리음식연구회가 발굴한 전통·향토 음식 800여 가지를 토대로 올해는 울진과 경주에도 문경 같은 향토음식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울진은 친환경엑스포가 화두다. 엑스포를 찾는 손님을 겨냥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도 살릴 메뉴를 찾고 있다. 경주는 물가자미를 소재로 검토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올해 영주와 안동·영천 3곳에 농가맛집도 운영할 예정이다. 농가맛집은 농가가 생산한 식재료로 향토음식을 제공하면서 음식 만들기 체험도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문경 이화령 쪽에서 약돌돼지와 오미자요리를 내 놓으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음식점 ‘문경새재 오는 길’이 모델이다. 이 집은 일본 단체 관광객이 자주 들르는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영주에는 폐교를 활용한 널찍한 전통음식체험교육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농업기술원은 올해 8억원을 들여 이같은 다양한 향토음식 산업화에 나섰다.

농업기술원 정용선 식품지원담당은 “향토음식은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은 물론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한식 세계화를 앞당길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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