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에도 '로열층'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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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왜 제일 아래칸에 모시라고 합니까. "

지난 5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납골당에서 유족과 직원들간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李모(52.서울 동대문구)씨가 이날 화장(火葬)을 한 선친의 유골함을 모실 장소로 납골실의 맨 아래칸을 배정받자 항의하고 나선 것.

"바닥에 모시기 찝찝하니 위층으로 옮겨달라" 는 李씨의 요구에 대해 직원들은 "납골함은 위쪽 칸부터 신청순으로 모신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납골당에서도 아파트처럼 '로열층' 을 차지하려는 유족들의 열기가 뜨겁다.

가로 23칸.세로 8칸으로 구성된 납골실에서 납골함 1기가 놓이는 칸 너비는 가로.세로 각각 27㎝. 이 가운데 유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납골함 위치는 눈높이에 해당하는 5층.

반면 가장 꺼리는 곳은 1층이고 그 다음이 맨 위층이다. 1층은 유족들이 쪼그려 앉아야 하고 맨 위층인 8층은 높이가 2m가 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바닥층에 유골을 모시는 유족들에게는 '땅과 가까울수록 좋다' 는 식으로 설득한다" 고 귀띔했다.

그러나 배정받은 위치가 불만이라며 사설 납골당으로 옮긴 이들도 꽤 있다. 또 사무실 기물을 부수며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청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립묘지의 한 직원은 "납골당 안치 신청을 하면 컴퓨터에 입력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위치 조정은 불가능하다" 며 "외국에선 층별로 가격대가 다르지만 시립묘지라 그럴 수도 없는 형편" 이라고 말했다.

예약제가 없는 서울시립묘지 납골당의 사용료는 15년에 1만5천원. 사설 납골당이 3백만~4백만원인 것에 비하면 거의 무료인 셈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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