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심정수 부활포 … 현대 먼저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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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4 삼성증권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현대와 삼성의 경기에서 현대의 심정수가 1회 3점홈런 친 뒤 홈으로 들어오자 브룸바와 송지만,이숭용이 환호하며 심정수를 반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가 살아났다. '타격의 팀' 현대의 4번타자 심정수(29).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연봉 대박이 예상되는 그는 정규리그에서 0.256의 타율에 홈런 22개의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까지 홈런은 한 개도 없이 15타수 4안타(0.267), 2타점이었다. "심정수가 부자구단 삼성을 의식해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성질 급한 팬들의 수군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헤라클레스'였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4선승제) 5차전에서 3점 홈런 1개를 포함, 혼자 4타점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삼성을 4-1로 꺾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4차전까지의 팽팽하던 승부는 2승2무1패로 다시 현대의 페이스로 넘어갔다.

승부는 의외로 일찍 결판났다. 현대는 1회말 선두 송지만이 삼성 선발 호지스에게 몸맞는 공으로 진루한 뒤 2번 전준호의 희생번트로 2루를 밟았다. 삼성은 3번 브룸바를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1루를 채워 심정수를 상대로 병살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삼성의 이 작전은 이날 최고의 악수였다.

심정수는 가운데로 파고든 호지스의 슬라이더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중견수 키를 넘은 타구는 '125m'라고 쓰인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었다. 단숨에 3-0이 됐다. 3차전 이후 타격부진에 빠진 삼성이 쉽게 넘어서기 힘든 점수였다.

현대는 3회말 1사 후 전준호의 우중간 2루타에 이어 2사 후 심정수가 다시 좌전안타로 네번째 타점을 뽑았다.

삼성은 현대 선발 오재영에 눌려 5회까지 1안타 무득점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3차전 8회 이후 18이닝 연속 무득점이었다. 삼성은 6회초 선두 조동찬이 오재영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빼앗아 1-4로 추격한 뒤 볼넷 3개로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으나 5번 김한수가 현대 구원투수 신철인에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9회초에도 2사 1, 2루의 마지막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오재영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쉽게 경기를 풀었다.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난 만큼 앞으로도 좋은 경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응룡 삼성 감독은 "왼손타자들이 너무 쉽게 공략당했다. 내일은 타자들이 현대투수들의 공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6차전(오후 6시.잠실)에 현대는 김수경, 삼성은 김진웅을 각각 선발 예고했다.

성백유.최준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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