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전문의 땄을 때보다 더 기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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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입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땄을 때도 이토록 감격스럽지는 않았어요."

연시조 '홍시 하나'로 10월 시조백일장 장원에 오른 황경태(63.서울 압구정동.사진)씨는 당선 소식을 전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의'에 대해 궁금해하자 그는 강남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일하면서 가톨릭 의대 교수를 겸하는 소아 신경 분야의 국내 개척자 격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황씨는 "나이가 들면서 얻은 삶에 대한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몇해 전부터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수필이나 현대시를 썼지만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시조의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20편 쯤을 생산했다고 했다.

황씨의 예술혼은 치열했다.'홍시 하나'를 완성하는데 몇 달이 걸렸을 만큼 늦깎이 훈련이 야무지다. 첫째수 종장의 '하늘 가지 꼬옥 잡고'같은 표현을 얻기 위해 한강 고수부지를 수십번 거닐며 고심했을 정도다. 그는"강 보고 노을 보고 걷다가 갑자기 그럴듯한 표현이 떠오르면 집으로 돌아와 몇 번이고 고쳐 쓴 끝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자 진료와 시어를 다듬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 물어봤다. 황씨는 "문인은 결국 가슴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환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답했다. 황씨는 "등단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마추어가 좋기 때문이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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