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격화되는 노동단체 街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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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등에 대한 반대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정권 퇴진.반미(反美) 구호까지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주말 오후 민주노총 등 35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연대준비위원회와 공공연대가 각각 서울 종묘공원과 서울역에서 개최한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종각 네거리와 연세대 정문 앞 등지에서 경찰과 충돌하면서 강북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켰다. 노동자.학생들은 가두행진을 저지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진압 경찰과 시위대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구조조정 등으로 한순간 일터를 잃게 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아울러 구조조정이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선 안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시위 양태는 법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된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각종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한 노동단체의 인터넷 사이트엔 살상력을 갖춘 폭탄형 화염병 제조법까지 올라와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이같은 화염병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요즘 시위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구호 역시 문제다. 지난 주말 시위에선 "구조조정 강행하는 김대중 정권 퇴진하라" 는 구호가 등장했고 "신(新)자유주의 강요하는 미국놈들 몰아내자" 는 반미 구호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 손으로 뽑았고 임기가 보장돼 있는 대통령에 대해 이 정도의 사안을 갖고 물러나라고 한다면 어떤 대통령인들 온전히 임기를 채울 수 있겠는가. 통상압력 등이 우려된다 해서 미국인들을 모두 나가라고 한다면 누가 노동계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기울이겠는가.

과격.폭력 시위는 자칫 과잉진압을 불러온다. 그럴 경우 불행한 희생자가 생길 수도 있다. 노동계는 국민의 공감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폭력.과격 시위를 지양하고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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