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세자, 아르헨 처녀와 백년가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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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애인의 집안내력 때문에 결혼허락을 받지 못해 갈등하던 윌렘 알렉산더(33) 네덜란드 왕세자가 고민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반대여론 때문에 결혼승낙을 망설이던 베아트릭스 여왕이 지난달 30일 아들의 결혼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네덜란드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알렉산더 왕세자는 2년 전 뉴욕에서 도이체방크 뉴욕지점에 근무하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막시마 조레귀에타(29)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뛰어난 미모에 활달한 성격의 조레귀에타는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여왕 역시 크리스마스에 그녀를 왕궁으로 초청해 둘의 결혼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던 중 조레귀에타의 아버지 호르헤가 1970년대 말 아르헨티나 비델라 독재정권의 농무장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혼 계획이 난항에 빠졌다. 유네스코 주재 네덜란드 대사는 호르헤를 반인도범으로 제소했고 의회는 두 사람의 교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던 호르헤는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단서를 달고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모든 왕실의 행사에 불참키로 타협했다. 아직 의회의 승인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의회도 결혼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왕세자는 조레귀에타와의 결혼을 포기하거나 왕위계승권을 포기해야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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