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기가링크 김철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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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기가링크(http://www.gigalink.co.kr). 10억을 뜻하는 '기가' 와 연결한다는 뜻의 '링크' 를 덧붙여 만든 회사 이름에서 짐작하듯, 초고속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다. 구체적으로는 아파트단지 등에서 기존 전화선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장비인 'T - 랜' 을 독자 기술로 개발, 한국통신.하나로통신 등 주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납품한다.

1999년7월 창업한 김철환(36) 대표는 "짧아서 기억하기 쉽고, 빠르다는 의미도 있고, 가나다 순으로 써도 앞에 나갈 수 있어 회사 이름을 기가링크로 지었다" 고 말한다.

기가링크는 초고속 인터넷 붐이 불어닥친 지난해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99년 1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4백50억원으로 뛰었다. 순이익도 1백20억원이나 냈다. 올해는 9백억원의 매출과 매출액의 20%가 넘는 순이익을 자신한다.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벤처 신화를 일궈가고 있는 金대표는 "수많은 통신장비들이 대부분 외국산인데, 어떻게 하면 국산화할까 고민했다" 며 "하다못해 껍데기라도 국산화하자고 생각해 덤벼들었다" 고 한다.

金대표는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전자공학과에 편입, 두 장의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다. 데이콤연구소에서 네트워크 장비 쪽을 꾸준히 연구했으며, 기가링크 창업 전에 두 곳의 벤처기업을 거쳤다.

-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2000년 5월부터 대량 생산했는데, 지난해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수 4백만 가운데 우리 제품이 50만 정도 된다.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은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과 같지만, 가격과 성능에서 앞선다. 모뎀에 사용되는 칩 가격이 기존 제품의 4분의1에서 5분의1에 불과하다. 원천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초고속망 사업자들의 수요에 맞춰준 것도 성공 요인이다. "

- 제품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네트워크 분야를 계속 연구해 왔는데,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깔려있는 전화선을 통해서 접근하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자고 결심했다. 다행히 칩 전문가를 만나 함께 개발하게 됐다. 상품명도 지었는데, 전화선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냥 '텔레폰랜(T - 랜)' 이라고 붙였다. 기획 단계부터 아파트의 환경을 고려해서 만든 것인 만큼 최적의 장비라고 자부한다. "

- 원래 케이블 모뎀 쪽을 하지 않았나.

"케이블 모뎀은 98년 말을 지나면서 관련 기술이 보편화돼 의미가 없어졌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때부터 아파트용 솔루션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99년 7월 회사를 설립했고, 11월 말에 첫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제대로 하자면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본 뒤 하자를 보완해서 생산해야 하는데, 중간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2만개의 칩을 발주했다. 시장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

-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무한정 늘지는 않을텐데.

"국내 영업도 계속하지만, 올해는 해외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태국.대만.중국 등 아시아 몇개국을 둘러봤는데 중국 등에 아파트가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 우리 시장이고, 전세계 어느 곳이건 간다는 각오로 일하겠다. 올해 매출 목표 9백억원 가운데 5백억원을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다. "

- 국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예상되지 않나.

"기가링크를 능가하는 독창적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회사가 많이 생겼다. 경쟁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연구개발(R&D)능력이 있고, 50만개 이상의 칩을 양산한 경험이 있는 만큼 후발업체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 초고속장비 외에는 다른 제품이 없는데.

"초고속망 사업은 이미 끝나가고 있다. 초고속 장비의 다음 버전은 VDSL인데, 웬만큼 기술개발이 돼 있고 5, 6월께 상품화한다. 이밖에 지능형 사이버 아파트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 방식과는 다른 차별화한 인터넷폰용 VOIP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한가지 아이템은 성공했고, 이제 사업분야를 3개 아이템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

- 대표적인 성공 벤처로 꼽히는데.

"벤처는 시작할 때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회사 발전 시나리오를 현실성있게 짜야 한다. '한번 해보자' 는 생각만 갖고 덤벼들다간 거의 실패한다. 기술만 갖고는 안되고, 매니지먼트.영업 등 조직까지 생각해야 한다. "

- 기가링크를 어떤 회사로 만들어갈 계획인가.

"연구개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미래 비전은 연구개발에서 창출된다. 핵심은 고급 인력이다. 우리 회사 연구인력이 36명인데(전직원 98명), 2명은 해외 박사과정 유학을 보냈다. 인재를 키워야 세계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

유규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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