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강도 쫓아낸 ‘7세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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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홀로 집에’는 어린 소년 케빈(매컬리 컬킨)이 집에 침입하는 2인조 빈집털이범을 잡아내는 영웅담을 그렸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모든 아이에게 영화 속 케빈과 같ㅅ은 기지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위기 때 침착하게 경찰에 알릴 수 있게 하려면 평소에 신고 교육을 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실제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7세 소년 카를로스가 10일(현지시간) LA카운티 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고 전화를 받은 교환원 모니크 파티노. [LA AP=연합뉴스]

평소 엄마와 함께 911 긴급신고센터에 전화하는 법을 연습한 일곱 살 미국 소년이 무장강도에게 붙잡힌 부모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오전 8시30분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911 긴급신고센터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를로스란 이름으로만 알려진 일곱 살 소년은 자신의 집에 권총을 든 강도 용의자 3명이 들이닥치자 전화기를 들고 여섯 살 동생과 함께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곤 곧바로 911에 전화를 걸었다.

카를로스는 911 교환원에게 “권총을 든 강도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엄마 아빠를 죽이려 한다”며 “경찰관들을 되도록 많이 데려오고 군인도 데려오라”고 말했다. 카를로스는 다급하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1분30초 동안 통화했다. 그 순간 강도 한 명이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왔고 911 전화엔 여동생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녹음됐다. 이후 긴급 출동한 경찰은 3분 만에 소년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강도들은 도주한 상태였다. 카를로스의 부모는 모두 무사했으며 강도들이 카를로스의 집에서 훔쳐간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은 10일 LA카운티 경찰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시 화장실로 들어온 강도가 카를로스에게 누구와 전화했는지 물어봤다”고 밝혔다. 카를로스는 당당하게 “911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강도들은 곧바로 도망쳤다.

회견에 참석한 카를로스는 기자들에게 “평소 위급상황에 대비해 어머니에게서 911에 신고하는 법을 여러 번 배워 침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는 또 용의자들의 인상착의 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경찰은 도주 강도들을 추적 중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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