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벼락 같은 ‘태풍’ 삼성을 삼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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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전태풍(가운데)이 11일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 이승준의 수비를 피해 슛하고 있다. [전주=김민규 기자]

‘태풍’이 삼성을 쓸어버렸다. KCC가 11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홈 경기에서 삼성을 92-83으로 꺾고 먼저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전 최고 화제는 종아리 부상으로 41일간 쉬었던 KCC 센터 하승진(25·2m21㎝)의 복귀였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하승진은 1차전에서 9분37초 동안 뛰며 6점에 그쳤다.

이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KCC의 1m80㎝ 단신 가드 전태풍이다. 전태풍은 11점·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접전이 이어지던 2쿼터 중반 이후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속공을 주도해 삼성의 넋을 빼놓았다. KCC는 2쿼터에만 6개의 팀 속공을 성공시켜 승기를 잡았다.

◆2쿼터에 몰아친 속공 태풍=1쿼터만 해도 삼성의 베테랑 가드진이 KCC를 한 수 가르치는 형국이었다. 삼성 강혁이 1쿼터에만 13득점을 올린 반면 강혁을 수비하던 KCC 강병현은 1쿼터 중반 발목을 다쳐 실려나갔다. 전태풍은 삼성 가드진을 수비하다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저질렀다.

그러나 2쿼터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KCC 추승균은 “수비는 강하게 하되 공격에서 속공 위주로 가자고 했다. 태풍이가 그 작전을 정말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KCC는 2쿼터에만 5개의 스틸을 잡아냈는데, 스틸과 리바운드가 전태풍의 손을 거쳐 순식간에 득점으로 이어졌다.

KCC는 28-31로 밀리던 2쿼터 2분께부터 6분여 동안 연달아 속공을 성공시켜 44-31까지 달아났다. KCC가 16점을 몰아치는 동안 삼성은 무득점에 그쳤다. 전태풍이 한 차원 높은 개인기로 9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삼성 이상민(1도움), 강혁(2도움), 이정석(3도움)은 부진했다. 전태풍은 82-72로 승부가 기운 4쿼터 중반 5반칙으로 코트에서 물러날 때까지 제 몫을 다했다.

◆실책에 운 삼성=삼성은 이날 실책 17개(KCC 9개)를 기록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상대를 압도하고도 실책에 발목을 잡혔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삼성은 정규리그 평균실책 14.04개로 이 부문 불명예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의 실책은 KCC의 속공으로 이어져 더욱 뼈아팠다.

KCC는 삼성에 리바운드 28-34로 밀리면서도 아이반 존슨(30점·6리바운드)을 앞세워 높이의 열세를 극복했다. 삼성은 존슨을 막았던 선수들이 줄줄이 파울트러블에 걸려 3쿼터 한때 동점을 만들고도 추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의 빅터 토마스가 3쿼터 4반칙으로 벤치로 물러난 데 이어 믿었던 이승준(4점)은 4쿼터 초반 5반칙 퇴장당했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 기록으로 볼 때 1차전을 이긴 팀이 4강에 오를 확률은 96.2%다. KCC와 삼성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글=전주=이은경 기자
사진=전주=김민규 기자

 ◆11일 전적
KCC(1승) 92-83 삼성(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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