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덩시 ‘천안시상품전시관’ 천안 시민·기업들 중국 배우는 전초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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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상품전시관’이 자리잡은 중국 산둥성 원덩시 신시가지 전경. 천안시 우호협력도시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원덩시는 산둥성의 145개 경제개발구 중 실적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덩시 제공]

지난 1일 오후 1시 중국 산둥(山東)성 원덩(文登)시 ‘천안시상품전시관’임병학(47·행정6급·천안시 파견 공무원)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덩시청의 한 직원이 “오후 3시 투자촉진국 간부가 ‘한국 손님’ 두 명을 데리고 전시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쩡이(曾毅)부국장이 천안 직산에 있는 비데전문제조회사 노비타 직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노비타는 한국뿐아니라 해외서도 유명하다. 이 회사 지주환 차장은 원덩시 공장 설립 검토차 중국을 찾았다가 천안시상품전시관을 들렀다. 원덩시를 잘 아는 한국인, 즉 임 관장을 만나러 온 것이다.

임 관장은 그에게 원덩시의 놀라운 발전 속도와 향후 투자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지 차장은 그제서야 앞서 들었던 원덩시 공무원들의 얘기를 신뢰하는 눈치였다.

천안상품의 중국수출 교두보

천안시상품전시관이 자리잡은 곳은 원덩시 신도시 지역. 건너편에 원덩시 유일의 5성급 호텔이 완공돼 영업 중이다. 전시관은 대규모 도매시장 단지 내 3층 건물을 쓰고 있다. 1층에 상품전시관(300㎡), 2층 사무실·교역회의실, 3층 관리 숙소. 2층에는 1월부터 원덩한인상공회가 들어와 있다. 천안시가 원덩시 한인사회 활동을 돕고 있는 것이다. 이병섭 상공회 총무는 “천안시상품전시관이 원덩에 있는 한국 기업인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치켜 세웠다.

현재 1층 전시관에는 56개 회사의 124개 상품이 전시되고 있다. 2008년 11월 부임한 임 관장은 대대적인 상품 교체작업을 단행했다. 2003년도 개관 때부터 전시돼온 상품이 낡고 오래됐기 때문이었다. 각 회사 담당자에게 연락해 신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폐업했거나 전시 의욕이 적은 업체 15곳 대신 천안의 다른 전시 희망 업체로 교체했다.

성무용 시장과 원덩시 ‘특별한 인연’

현재 천안지역 중소기업 47개 업체(115개 품목)와 충남지역 9개 업체(9개 품목) 제품이 전시 중이다.

전시상품 진열 위치도 대대적으로 바꿔 시각적 효과를 높였고, 제품 설명서도 일일이 확인하며 새로 제작했다. 지금 전시관내 화장실 보수와 간판 교체작업이 한창이다. 노비타의 지 차장은 화장실 변기가 교체되면 최신 비데를 제공하겠다고 즉석에서 밝혔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지난해 10월 천안시 우호협력도시인 원덩시를 방문했다. 간부 공무원 10여 명이 그를 환대했다. 그 중 서너명은 성무용 시장이 천안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던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성 시장과 교분이 두터운 웨이하이시 부주석(부시장급)은 다른 공무원들과 함께 성 시장 초청 만찬을 주선하기도 했다.

성 시장과 원덩시와의 인연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의원(1992~1996년)이면서 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했던 시절 중국을 오가면서 천안시~원덩시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천안시장에 처음 당선된 해(2002년) 11월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었다. 이렇듯 원덩시와 천안시의 협력 관계는 성 시장의 개인적 인연이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 관장은 “원덩시에 근무하다보면 성 시장을 잘 아는 고위 공무원이 한 둘 아닌 사실에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성 시장은 지난해 방문때 원덩사범학교에서 천안의 과거·현재·미래를 소개하는 ‘천안학’강의를 한국어 전공 학생 200여 명 앞에서 하기도 했다.

한국에 정통한 중국인 직원들

상품전시관에는 두 중국인 직원이 있다. 린리지에(林力杰·31)는 10년 전 한국어를 익힌 한국통이다. 천안 성환의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우리말을 배웠다. 그 후 귀국해 천안시상품전시관 개관 1년이 지난 2004년 8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파견되는 천안시 공무원(관장)의 제반 업무를 밀착 보좌하고 있다.

2년씩 파견되는 관장은 현지 물정도 잘 모르고 중국어 소통도 완벽하지 못해 린씨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3대 관장인 임병학씨와 린씨는 형제처럼 지낸다. 린씨는 키가 180cm가 넘는 미남형으로 중국배우 유덕화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원덩시에 있는 천안시상품전시관 모습.

또 한명의 여직원. 장위엔(張苑·23)은 지난해 말 결혼한 ‘새댁’이다. 지난해 9월 근무를 시작했다. 임 관장은 항상 장씨에게 미안하다. 상품전시관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아닌데다 임 관장도 오후에만 이곳에 있어 전시관 난방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 장씨는 조그마한 전기 히터로 겨울을 버텼다. 임 관장은 장씨가 감기 걸리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다.

2007년 이후 전시관을 통한 교역량이 연간 2000만∼3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파견 공무원들이 바이어를 상대로 열심히 무역 상담과 홍보에 나선 결과다.

천안 기업들 대리점 개설도 도와

천안의 중소기업들이 2006년 667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뒀고, 2007년엔 4.7배나 증가한 3153만달러, 2008년 2581만달러, 지난해는 2690만달러(약 307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수출품목 가운데는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손톱깎이 제품이 484만달러, 광원전자 제품 2000만달러(현지 공장 생산품 포함), 코리아나 화장품 80만달러, 부방테크론 전기밥솥 60만달러, 제일벽지의 실크제품 40만달러의 실적을 올리는 등 생활필수품들이 중국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상품전시관은 그동안 중국 내에서 개최하는 11차례의 각종 유명 전시 및 박람회에 참가해 천안시 홍보와 지역 상품의 전시·홍보에 힘쓰고 있으며, 기업들 현지 대리점 개설 업무도 돕고 있다.

원덩=조한필 기자

◆원덩시=산둥성 칭타오·웨이하이·옌타이 중간 지점의 개방도시. 인구 67만명, 면적 1645㎢(천안의 2.5배). 남해신도시 및 경제개발구 건설 중. 중국 100대 도시경제발전 순위 19위 차지. 한국기업 300여 개 입주.


임병학 관장 중국 투자자 데리고 7월 중 천안 찾겠습니다”

원덩 천안시상품전시관의 임병학 관장, 장위엔·린리지에.(왼쪽부터)

임병학 관장은 원덩시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인 대도시 웨이하이(威海)에 요즘 자주 간다. 올 7월 웨이하이 거대기업 화샤(華夏)그룹 관계자를 데리고 천안을 찾을 계획이다. 6월 문을 여는 천안리조트 워터파크 시설 등을 보여주고 투자를 이끌어 낼 생각이다. 화샤그룹은 웨이하이에 거대한 교육·위락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이 중국투자단에는 대여섯개 업체가 참가할 전망이다.

그는“원덩시 부시장이 투자단장으로 올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Q 상호 투자 연결 사례는.

웨이하이의 화학제품회사인 화태분자체유한공사의 한국내 지사 설립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설립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말 유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천안의 자동차스팀 세차기 제조업체 오성기업의 중국내 공장 설립을 돕고 있다.

Q 상품전시관 찾는 이들이 많나.

중국인은 물론 중국을 방문하는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천안시상품전시관을 방문하고 있다. 2008년까지는 방문팀이 연 4개팀정도였으나 지난해 19개팀, 올해 들어선 벌써 9개팀이 방문했다. 일찌감치 중국에 교역 교두보를 마련한 천안시의 활동 상황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천안시상품전시관은 지난 1일 한국어·중국어로 볼 수 있는 홈페이지(www.cheonansi-gm.com)를 개설했다.)

Q 원덩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던데.

80년 전통의 원덩사범학교(고교 3년,전문대 2년 과정이 함께 있는 5년제 학교, 학생 3000여 명)에서 학생 270여 명에게 매주 이틀 2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5개월치 강의료 100만원을 지난해 10월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학생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Q 원덩 앵두가 유명한가.

중국내서도 유명한 앵두축제를 매년 5월에 연다. 한국 앵두와 달리 거봉포도만한 크기로 당도가 높다. 우리나라서도 재배하면 좋겠다 생각해 천안 북면 농민들에게 묘목은 물론, 재배기술을 지원했다. 천안의 다른지역 농민들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Q 중국을 알려는 천안 학생·기업인들이 많은데.

한국 교민에 의해 원덩시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원덩사범학교(교장 왕배유)와 남양리조트를 연계한 교육 터전이 마련되고 있다. 교민이 운영하는 남양리조트는 17만평에 승마장·골프연습장·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학교가 생기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어학연수는 물론 중국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원덩시 학교와 천안시 학교 사이 MOU를 체결해 방학 때 상호 방문 교류도 가능케 할 생각이다.

글·사진=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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