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마산 색시' 미국 노동차관보 자리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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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서 한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차관보급 국장 자리에 오른 전신애씨의 인생은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다.

전씨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1965년. 전씨는 현재의 남편 전경철(63)씨와 대학 1학년 때부터 사랑을 키워 왔으나 이들의 사이에는 동성동본이라는 당시로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마산여고에 다닐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자기 주장이 확실했던 전씨는 결국 사랑을 선택했다. 스물두살의 그녀는 어머니가 몰래 마련해준 단돈 50달러를 들고 남편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전씨는 석사학위를 받은 직후인 76년 일리노이주 이중언어센터에서 일하다 2년 만에 난민교육센터 소장으로 승진했고, 82년 아시아.아메리칸 자문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굳건히 자리를 잡아갔다.

전씨가 84년 일리노이 주지사 아시아계 담당 특별보좌관에 임명된 것은 선거 과정에서 소수 민족을 대표해 열심히 뛴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일리노이주 재정담당 국장에 발탁된 것은 주 역사상 유색인 여성으로는 처음이었다. 또 이 주의 노동 담당 국장(장관) 자리를 무려 8년 동안이나 지켰다.

96년엔 개교 1백10주년을 맞은 이화여대에서 '자랑스런 이화인상' 을 그녀에게 수여했다.

전씨는 또 90년대 후반 『뚝심 좋은 마산 색시 미국 장관 10년 해보니』『마산에서 링컨의 나라로』라는 책을 국내에서 펴내 미국에서의 좌절과 성공을 소개했다.

현재 남편 전씨는 국립 아르곤연구소 대기공학 연구부장이며 두 아들 중 큰아들은 시카고대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둘째아들은 할리우드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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