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홍준 '화인열전' 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작가 유홍준씨가 조선시대를 수놓은 화가들의 예술혼을 찾아 나섰다.

이전의 저작이 문화재의 모든 부분을 망라하는 '박물학(博物學)' 이었다면,『화인열전』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미술사학의 입장에서 펼쳐보이는 작업이다. 그의 학위논문을 개고해 펴냈던 역저 『조선시대 화론(畵論)연구』(1999, 학고재)에 이은, 일반인과 애호가를 위한 후속 읽을거리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가면서 우선 드는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책에 등장하는 김명국.윤두서.조영석.최칠칠 등 우리 예술인에 대한 '앎' 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느낌은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특장인 입담과 미술사 지식에 이끌려 유쾌한 지적 여행으로 이어진다.

활달한 필치로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던 '주광(酒狂)' 이라는 별명의 인조 때 김명국, 치밀하면서도 냉정한 사대부의 기품을 유지하면서 서민을 그림 속에 등장시킨 공재 윤두서, 공재의 속화(俗畵)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필력(筆力)을 지녔으면서도 끝내 숙종의 영정을 모사하라는 임금(영조)의 명령에 불복한 관아재 조영석…. 남종문인화의 세례, 문화의 주변국 예술인으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압박감 속에서도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던 천재들의 삶과 영광, 좌절의 드라마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2권에서도 불우한 환경을 예술로 승화했던 현재 심사정, 저자가 바둑으로 치면 입신(入神)경지에 올랐다고 극찬한 능호관 이인상에 이어 최칠칠, 단원 김홍도의 생애가 그려진다.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에 자주 빠져들기도 하지만 조선화가들의 생평(生平)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자료가 책의 신뢰성을 높인다. 게다가 '우리 것' 에 대한 저자의 애착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 선조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는데 주저치 않게 만든다.

그러나 겸재가 이끈 진경산수가 과연 우리의 독창적인 것이냐 하는 반론 등에 대해 저자가 펼치는 논리는 다소 과잉방어가 아닌가 싶은 인상을 준다. '우리 것' 에 대한 저자의 넘치는 열정이 학문적인 균형을 다소 무너뜨린다는 느낌이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