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기행] 부산 자갈치 통통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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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통통선에 탄 승객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도대교를 구경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통 ·통 ·통 ·통 ….

뱃전에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갈매기들이 '끼룩끼룩'하며 배를 맴돈다.탁 트인 바닷물길은 도시인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 선착장에는 '도심 나룻배'역할을 하는 도선이 10분마다 자갈치시장으로 승객을 실어 나른다.

태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평동과 자갈치시장을 잇는 '자갈치 통통선'이다.

영도 주민들과 자갈치 아지매들이 '통통선'이라고 부르는 이 도선이 올해로 운항 1백년을 맞았다.

영도∼자갈치 도선은 1901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던 영도와 자갈치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일본인이 운항을 시작했다.

영도다리 개통 전 영도로 건너가는 도선 선착장은 두 곳이 있었다.

1890년부터 도선이 드나들기 시작한 용미산(옛 부산시청 자리)남쪽 기슭과 대평동 선착장이었다.

용미산 선착장은 34년 11월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가 개통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대평동 선착장은 영도대교 개통 뒤에도 영도에서 육지로 건너가는 교통수단의 하나로 계속 사랑을 받고 있다.처음 운항 때의 배는 사공이 노를 젓는 나룻배.

1914년부터 요즘처럼 통통거리는 '발동선'으로 교체됐다.

더 빠르고 승객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발동선으로 바뀌면서 자갈치 통통선은 60년대까지 하루 평균 1천2백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영도다리가 정전으로 들어올린 다리를 내리지 못해 통행을 할 수 없을 때는 통통배를 서로 타려고 야단들이었어.아직도 수십년째 통통배를 이용하는 단골이 수두룩해."

4년전부터 자갈치 통통선 선장을 맡고 있는 장형근(張炯瑾 ·70)할아버지의 통통배 자랑은 대단하다.현재 이 통통선 승객은 하루 2백∼3백명.3년만에 승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고 경기침체로 영도 대평동 일대 조선소와 철공소들이 속속 폐업하면서 이 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평동 일대 주민들이 시내 남포동으로 갈 때 이 배를 탄다.

영도 대평동에서 버스를 이용해 남포동으로 가려면 10분이 넘게 걸리지만 통통선으로는 5분이면 거뜬하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에는 출퇴근과 등하교길 직장인과 학생들도 이용한다.대학생 金소영(20 ·여)씨는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하고 교통체증 때문에 이 통통선을 자주 탄다"고 말했다.오후에는 자갈치시장으로 장보러 가는 주부 ·할머니들이 주로 이 배를 탄다.

통통선의 정원은 40명.손님이 단 한사람 뿐이라도 통통선은 '통통'소리를 신호로 출항한다.

최근에는 자갈치를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낭만삼아 이 배를 자주 찾는다.지난 25일 오후 金찬모(49 ·경남 거제시)씨 일가족 4명도 통통선에 몸을 실었다.

"가족들과 부산에 놀러 올 때마다 일부러 대평동으로 와서 승용차를 세워놓고 이 배를 이용해 남포동 시내로 나들이 간다"며 통통선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통통선은 현재 10t짜리 2척.

승객이 몰리는 오전 출근 시간대에는 모두 운항하고 한산한 오후엔 한척만 다닌다.

부산=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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