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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꼬이는 미·중·러 스파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과 러시아간 스파이 보복추방전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엔 중국과 미국이 스파이 스캔들을 일으켜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러.중 3국이 스파이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 미, 러 외교관 추가 추방 준비〓미국은 이미 추방을 통보한 러시아외교관 51명 외에 미국 근무 중인 러시아 외교관 중 2백명 정도를 스파이 혐의로 추가 추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포스트는 미국이 이같은 방침을 정했지만 외교관 맞추방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러, 맞대응 보복 다짐〓23일 미국 외교관 네명을 스파이 혐의자로 분류해 명단을 발표한 러시아는 미국측의 추가 추방 조치가 있을 경우 미국측에 '가장 뼈아픈 대응조치' 를 취할 것이라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경고하고 나섰다.

이바노프 장관은 미국이 정보업무와 무관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러시아도 똑같은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러시아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1천여명 중 추방 대상 외교관의 명단 작성을 이미 마치고 추가 추방 대상자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과 미국의 스파이 전쟁〓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 여행 중 잠적한 중국 인민해방군 쉬쥔핑(徐俊平)대교(대령)의 미국망명을 양국간 '중대사건' 으로 규정하고 있다. 徐대교는 미국에 망명한 역대 중국군사 관계자 중 최고위급 인사다. 그는 중국 국방부 미주.대양주 국장으로 재직하며 인민해방군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군부를 비롯한 중국의 정보계통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중국은 徐대교의 망명을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주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6주 전 구속한 중국계 미국인 학자 가오잔(高瞻)이 첩보활동을 했다고 자백했다는 사실을 27일 발표했다.

중국은 가오잔이 누구를 위해 스파이활동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측의 석방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이번 발표가 徐대교 사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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