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인공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의 리브카 이세로프 박사는 최근 부상으로 시력을 잃은 10명에게 인공각막 이식술을 시행했다.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다친 각막 세포를 조금씩 떼어내 이식할 만큼 적당히 키워 사용했다.

집도의사들은 이들이 콘택트렌즈를 끼고 0.5 정도의 시력을 회복했으며,자신의 조직을 이식했기 때문에 거부반응도 없었다고 밝혔다.

피부 ·연골 ·각막 등 인체조직을 배양하는 조직공학이 실용화되고 있다.화상이나 교통사고·노화 등으로 손상된 몸의 일부를 배양하는 ‘맞춤 인체조직’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장기를 생산하나=현재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인공조직은 피부와 연골 등 두 종류에 불과하다.그러나 각막과 물렁뼈·뼈 등이 임상실험 중이어서 올해 말을 전후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인공 조직을 대부분 수입했으나 최근 벤처기업·연구소에서 잇따라 개발을 완료해 하반기부터는 국산 인공조직이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셀론텍(http://www.cellontech.com)이 개발한 인공연골은 30여 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시술됐다.국산 인공조직 1호인 이 연골은 식품의약청에서 지난 2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또 원자력병원의 손영숙(ysson@kcchsun.kcch.re.kr)박사와

㈜한스바이오메드(http://www.hansbiomed.com)가 각각 개발한 인공피부가 하반기에 임상실험에 들어가며,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동근(dkh@kist.re.kr)박사팀은 인공치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학연구소 이해방 박사팀(http://www.ktes.or.kr)은 쥐의 등에 사람의 코와 귀 모양의 조직을 생성하는 데 성공해 인체 외부기관의 대량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어떻게 만드나=잘린 귀를 재생한다고 해보자.

우선 ▶석고 등으로 귀 모양의 틀을 만들고

▶세포가 붙어 성장하는 수세미 형태의 특수 재료를 그 틀에 넣어 귀 형태를 만든다.

이어 ▶환자의 남아 있는 귀 일부에서 연골세포를 떼어 액체에 섞은 뒤 틀에 부어 성장시킨다.그러면 3∼4주 후에는 귀 형태의 재료 속에 연골세포가 꽉차게 되는데,이것을 귀 위치에 이식하면 본래의 귀와 거의 유사하게 된다.

틀 재료는 이식 후 자연히 녹아 없어진다.귀 모양을 만드는 특수 재료는 시체의 피부에서 세포만 제거한 것을 사용하거나,키토산 등 고분자로 만든다.다른 인공 조직들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원래 조직과 얼마나 차이가 있나=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연골이나 각막은 원래 조직과 기능 ·조직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는 “인공 연골을 무릎에 이식한 사람은 9개월 정도 지나면 격한 운동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회복한다”고 말했다.李교수는 이런 이식수술을 11번 성공했다.

그러나 피부나 간·콩팥 같은 조직들은 수많은 종류의 세포로 이뤄져 있고 다양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아주 어렵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인공피부는 땀샘이나 혈관·잔털 등이 없는 단순한 피부지만 자신의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감촉 등이 진짜 피부와 거의 유사하다.이 피부는 화상 환자의 수술과 성형용으로 실용화되고 있다.우표 크기의 피부세포를 떼어내 10배 정도로 키우는 데는 10일 정도 걸린다.

손영숙 박사는 “실험실 수준이지만 이식한 인공피부에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조직공학이 장기 기증난 해소는 물론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조직의 값은

▶가로 ·세로 10×10㎝ 크기의 피부가 4백만∼8백만원

▶연골은 1회 사용량이 8백만원 정도다.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