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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북 '브랜드 쌀' 출혈경쟁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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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순창군 동계농협은 주변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에 '엄마야 누나야' '초롱 이슬미' 등 상표를 붙여 시중에 판매키로 했다. 이로써 전북지역에서 1백33번째와 1백34번째 쌀 브랜드(상표)가 탄생했다.

쌀 브랜드 난립으로 당초 목적과 달리 상품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전남.북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지역 특산품의 하나인 쌀과 관련된 브랜드가 3백50여개를 웃돈다. 그러나 품질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절반도 채 안되는데다 정미소나 개인들까지 마구잡이로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바람에 지역 쌀의 이미지마저 흐린다는 우려가 높다.

◇ 실태=전북지역에서는 1994년 쌀의 브랜드화 작업을 시작한 이래 자치단체와 농협은 물론 정미소.개인들까지 가세했다. 지자체가 사용하는 EQ - 2000(전북도).강과 강사이(익산시).지평선쌀(김제시).황토쌀(고창군)등을 비롯해 지역 단위농협과 정미소.개인의 자체 브랜드가 즐비하다.

도내 1백34개 브랜드 중 품질인증과 상표.의장등록 등을 받은 공인 브랜드는 30% 정도인 43개에 불과하다. 지자체별로는 군산시 20개.익산시 23개.김제시 24개의 쌀 브랜드가 경합하고 있다. 전남지역에도 풍광수토(전남도).한눈에 반한 쌀(해남 옥천 농협)등 브랜드가 2백20개나 된다. 이는 각 기관이나 개인이 자체상표 사용 승인신청만 하면 돼 절차가 쉽기 때문이다.

◇ 부작용=전문가들은 브랜드 난립으로 전북쌀이 좋은 미질에도 불구하고 타지역 쌀에 비해 우위를 점유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마케팅 활동이 개별적으로 추진돼 과열경쟁과 가격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전국최대 곡창인 호남평야 김제쌀의 경우 '지평선' 은 20㎏ 한포에 4만6천~4만7천원씩을 받고 있지만, 지역내 다른 브랜드 제품은 4만1천원~3만9천원씩에 거래되고 있다.

마트 등에서 브랜드간 경쟁을 유도하며 판매를 기피, 가격이 낮아지는 일이 빈번하다.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브랜드화를 추진했다가 해마다 늘어나는 재고 때문에 적자를 보거나 파산하는 정미소나 개인 업체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 대책=시.군 등 단위 지역별로 상표를 통합하는 일이 급선무다.

전북도와 농협이 군산.정읍.김제.부안 등 지자체와 함께 97년부터 쓰기 시작한 공동 브랜드 'EQ-2000' 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오를 만큼 전북도 쌀의 앞선 이미지를 굳혔다.

이 쌀은 지난해만 1만여t이 팔렸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미소.개인들도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면 경쟁력 보강과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도움을 얻을 것" 이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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