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클리닉] 투자습관 바꾸면 성공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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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주식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런데 주변에서 주식투자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2년 전 주가가 폭등했을 당시 이익을 봤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끝까지 그 이익을 지킨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원금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압도적이다.

이유가 뭘까.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한탄한다. "정보가 늦어서, 예측이 잘 안 맞아서…" 그러나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바로 투자습관이 잘못되고 시장의 흐름을 역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익만을 쫓아 매매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식을 사면 내리고 팔면 항상 오릅니다. 화가 나서 못하겠습니다. "

필자가 투자자들을 상담하면서 가장 흔하게 듣는 하소연 중의 하나다. 황진규씨(57.자영업)도 같은 푸념을 털어 놓았다. 그는 3년 만에 투자원금 2억원을 몽땅 잃었다. 하락장 뿐아니라 상승장에서도 돈을 잃었으니 억울하기 그지 없다.

황씨는 주가가 많이 빠져 아주 싸 보이는 주식만을 찾아 샀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땐 잘 팔지 못했다. 그리고 가격이 조금 오르면 다시 빠질 것이 두려워 금방 팔곤 했다. 황씨는 투자 초기에 이렇게 매매해 약 2천만원까지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나쁜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그는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이 '상식적인' 매매가 실패의 원인이 될 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각과 습관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주식계좌에 있는 내 돈이 결국 다 없어질 것이다. 이제 현재 내 계좌에 있는 돈을 지키고, 기회가 올 때 더 불어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첫째, 가격의 속성을 이해하고 추세를 따라 매매해야 한다. 추세가 생긴 주가는 진행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잘 올라가는 주가는 너무 놀라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올라가기도 한다. 반면 하락하는 주가는 우리의 공포심을 넘어서 죽고싶을 정도로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팔아야 한다. 잘 올라가는 주가 앞에서 섣불리 '상투' 를 논하지 말라. 이익을 좀 봤다고 매도 한 뒤, 주가가 훨씬 더 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반대로 주가가 빠질 때 머뭇머뭇하지 말고 손절매 해야 한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면 약세 장에는 관망하고 강세 장에는 반드시 시장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하게 된다.

둘째, 손해 보고는 안 판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고 했던가. 그러나 주식에서만큼은 다르다. 하락하는 주가 앞에서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더 쓰다. 왜냐□ 그 인내가 손절매를 방해해 결국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지금 손실 본 종목이 본전 올 확률은 몇%라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부분 투자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지난해 워낙 험악한 장을 경험한 탓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95% 확률로 본전이 옵니다. " 이때 대부분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죽기 전에 한번이요. " 그렇다. 손실 본 종목의 본전은 대개 돌아온다. 아주 오래 기다릴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기간 동안 올 확률은 거의 없다. 하락 추세의 주가가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까지 많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된다.

또한 오래 기다려 본전이 온다 해도 그간의 기회비용을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 것인가. 따라서 원금에 집착해선 안 된다. 오히려 손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 손실 규모는 내 감정이 크게 동요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야 한다. 다시 주식시장에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여력이 있을 만큼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 손실 금액을 미리 정하고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본적으로 분산해서 투자하고 한 종목 내에서도 나누어 사고 나누어 팔아야 한다. 투자자금 전부를 한 종목에 집중 시키면 마음이 급해진다. 조금만 하락해도 큰 손실이 나니 손절매가 어려워 진다. 각각의 종목에서도 나누어 매매하라는 요구도 같은 이치다.

잘 올라가는 주식을 샀더라도 곧장 빠질 때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한 종목에 집중하는 '몰빵' 투자나 한꺼번에 사고 파는 매매는 손익의 비 대칭성을 간과하고 있다. 10% 손실이 난 후 본전이 되려면 11% 이익을 봐야 한다. 30% 손실에는 43%, 50% 손실에는 1백%…. 90% 손실에는 9백% 이익을 봐야 겨우 본전이다.

내려가기는 쉬워도 오르기는 훨씬 버겁다. 그런데 한꺼번에 다 사다니, 시장이 반대로 움직일 때 자칫 시장이 당신에게 '아웃' 을 선언할지도 모른다.

넷째, 주가를 예측하지 말아야 한다. 주식투자의 성공과 그 실패, 그 차이는 시장에 대한 예측이나 정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 대한 예측과 정보에 의존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된다. 왜냐? 알면 믿게 되고 믿으면 베팅이 과해지기 때문이다.

또 예측을 하면 손실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가를 맞추기 위해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보냈나를 생각해 보라. 날이 새기 무섭게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이 잡듯이 정보를 캐 보았다. 화면이 뚫어지도록 종일토록 시세 감시도 해 보았다. 저점과 고점을 맞추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그게 통하던가? 주가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기껏해야 맞출 확률은 50%다. 혹자는 "그래도 잘 맞추는 사람이 있던데…. " 라고 반문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일관되게 맞추는 사람은 없다. 설령 잘 맞추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예측은 머리로 하는 것이고 주식은 심리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거대한 초능력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저 높은 곳에서 투자자들을 한참 내려 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시장을 움직여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조금 이익 보면 그 이익이 달아날 것 같은 두려움, 손실을 보고 팔라치면 다시 오를 것에 대한 두려움, 우리를 한시도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장에 순응하는 것이다. 감정의 동요없이 정해진 원칙에 따라 평상심(平常心)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올바로 된 철학과 원칙, 그리고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이것들이 어느정도 체화(體化)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성공투자의 반열에 선 것이다.

<문의 : 02-2003-1003>

하용현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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