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下. 설동훈 교수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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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은 자유로운 존재다. 입시의 중압감에서 해방됐고, 먹고살기 위한 노동의 부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요즘의 대학생은 과거와 다르다. 대학 진학이 쉬워진 반면 졸업 후 생활은 각박해졌다.

경제가 팽창한 1970~80년대는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져 대학생들이 재학 중 학습에서 해방되는(?) 특권을 누렸다. 공부는 거의 담쌓고 지냈지만 졸업한 뒤에는 취업할 수 있었다. 바로 386.475세대다.

요즘 대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취업을 걱정한다. 생계와는 거리가 먼 지점에서 생활하기에 경기 불황이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부모 못지않게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취업 재수생인 선배들 때문이다. 같이 어울리며 생활했던 선배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어깨를 움츠리고 학교 도서관에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는 기술집약적.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됐고,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경기 변동에 대처하고 있다. 대학생을 위한 일자리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학생들의 개인화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극심한 경쟁을 뚫고 일자리를 구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보수적으로 비친다.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30~40대에게 대학생들은 사회구조의 거시적 문제보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미시적 문제에 집착하는 듯 보인다.

오늘의 대학생들이 70~80년대 대학생들과 달리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 등에 관심이 적다고 보수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그들에게 정치적 민주주의란 쟁취 대상이 아니라 유년기 때부터 이미 주어진 것이다. 마치 공기와 물에 대해 그 존재 자체를 당연히 여기는 것처럼 그들은 빈곤 탈피와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70~80년대의 쟁점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광주민중항쟁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반대로 환경.성(性).인종문제 등에는 관심이 많고 매우 진보적 견해를 피력한다.

대학생들은 산업구조 변화와 경기 침체로 인한 구조적 취업난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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