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중국리그 '한국용병'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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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프로기사들이 대거 중국 바둑리그의 '용병' 으로 나선다. 중국의 바둑팀과 계약을 한 한국기원 소속 기사는 9명. 특히 한국 바둑의 간판이라 할 서봉수9단과 유창혁9단이 용병을 수락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9단은 선전(深□)팀, 유9단은 윈난(雲南)팀과 계약했다. 김승준7단은 홍콩팀, 김영환6단은 푸젠(福建)팀, 김영삼5단은 선전팀, 목진석5단은 충칭(重慶)팀, 박승철2단은 구이저우(貴州)팀. 중국 국적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 장주주(江鑄久)9단 부부는 각각 고향인 상하이(上海).청두(成都)팀과 손을 잡았다.

중국 팀들의 전방위 스카우트 열기 속에서 조훈현9단은 내년부터 참가할 의향을 내비쳤고 젊은 강자 이세돌3단은 제의를 거절했다.

중국이 기존의 바둑대회와 전혀 다른 연고지 중심의 새로운 바둑리그를 결성한 것은 1999년이다. 바둑을 관장하는 체육부와 중국기원은 중국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바둑이라는 '스포츠' 에 축구와 같은 형식의 리그를 도입한 것이다. 우승컵은 2년 연속 충칭팀으로 돌아갔는데 바둑리그의 인기가 상상 외로 높아지자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팀을 만들어 현재는 메이저리그격인 갑(甲)조가 12개팀, 마이너리그격인 을(乙)조가 40여개 팀이 됐다. 매년 갑조의 2개팀이 을조로 내려간다.

한국기사들의 연봉은 실력과 지명도.승패 등에 따라 1천만원에서 7천여만원까지 저마다 다르다. 10일간의 경기로 승부를 가리는 을조(서봉수.김승준.김영삼)와 달리 유창혁9단 등 나머지 기사들이 속한 갑조는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중국 전역을 다녀야 하고 연간 22국을 소화하려면 한국 대회를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

한국기원측은 "유창혁9단의 갑조 계약은 놀랍다" 고 말하면서도 중국이 프로기사 랭킹제를 도입한데 이어 지극히 프로다운 새로운 바둑리그를 만들어 크게 앞서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폐쇄적인 기존의 프로제도에 안주해 서서히 몰락해가는 일본과 그 뒤를 걷는 세계 최강국 한국에 중국이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바둑리그는 4월 2일 시작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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