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외무 언론재단 포럼 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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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은 23일 언론재단 고위 정책 포럼에서 '작심한 듯' 미국.러시아와 관련한 민감한 외교사안을 언급했다.

李장관은 한.미, 한.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불거진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파동에 대해 "미국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라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잘못한 일인 양 논의되고 있는 점은 외교정책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고 불만을 나타냈다.

- 왜 한.러 공동성명에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항을 넣어 대미관계를 난처하게 했는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은 처음으로 러시아가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했으나 'NO' 했다. 이런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네고(협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한.미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은.

"교섭과정에서 우리에게 NMD에 찬성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을 분명히 개진했다. 솔직히 대미 교섭과정에서 우리가 동의해주지 않으니까 백악관이 디브리핑(회담결과 설명)에서 '미국은 NMD에 대해 한국에 지지동의 요청도 안 했고, 한국도 밝힌 바 없다' 는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NMD문제는 성공적으로 협의했다고 본다. "

- 부시 대통령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일단 부시 대통령은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金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클린턴의 민주당측에 대한 미 공화당 정부의 차별화 전략이 역력히 감지됐다. 선거전의 연장이란 느낌을 받았다. "

- 미국이 남북간 평화선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평화선언에 미국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으로 걱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

-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평화선언을 하려던 정부 구상이 미국측의 반대로 밀렸다는 관측도 있는데.

"김정일 답방 때 군축과 평화구축 방안이 문서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평화선언 문제가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검토된 바 없다. "

- 왜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연기됐다고 보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측의 불만 때문이라고 본다. 이는 회담 이후 북한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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