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갈길… 전문가들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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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현대그룹의 앞날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대가 소그룹으로의 분할을 앞당기고 대북(對北)사업은 경제성을 따져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들은 또 2세체제로 넘어간 현대가 전문경영인 육성과 사업구조 재편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전문경영인 육성해야=김세원 서울대 교수는 "창업자의 사망을 계기로 현대 2세들은 오너로만 남고 전문경영인들이 역량을 발휘해 계열사를 경영해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런 체제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반적인 사업구조 재검토와 소그룹별 계열분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이른 시간 내에 회생할 수 있도록 그룹 안팎에서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전자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통신부문을 계속 이끌고 갈지 빨리 결정하고 반도체에 집중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자동차.중공업은 그룹과 연결고리를 끊고 독립하는 만큼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대북사업은 경제성 따져 재검토 해야=한 종합상사 고위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은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만큼 鄭명예회장의 타계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 며 "그러나 앞으로는 경제논리를 토대로 정부와 북한에 협조를 구하는 등 누가 봐도 합리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을 풀어 나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경제발전연구센터 실장은 "대북사업을 형제들간에 사업별로 분할.추진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대북사업으로 인한 현대상선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선의 경우 자체 사업만으로는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북사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렬.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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