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회장-산자부 장관, 골프장 미터 표시 싸고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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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구본무(具本茂)LG회장과 신국환(辛國煥)산자부 장관이 지난 22일 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빈소에 조문한 뒤 합석한 자리에서 한시간여 미터법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具회장은 이날 "정부가 최근 골프장의 야드 표시를 모두 미터법으로 바꾸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요구" 라며 말을 꺼냈다.

辛장관은 국가 단위의 도량형 표준화 정책 추진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지난해 7월에 전면개정한 '계량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오는 6월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7월부터는 미터법 시행실태를 본격적으로 지도점검할 예정이다.

具회장은 그러나 "골프장의 야드 표시는 세계 골프를 주도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공인하고 있으며, 미국에 수출하는 골프용품 역시 야드표시를 기본단위로 설계, 제작되고 있다" 며 "정부가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제도를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 며 의문을 표했다.

辛장관은 이에 대해 "개혁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다" 며 "통일된 원칙이 없으면 혼란이 일기 때문에 (미터법을)추진하는 것" 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具회장은 "개혁이란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지, 세계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까지 벌이면 곤란하다" 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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