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위해 재정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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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4대 민생.개혁법안 추진 등을 담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만나 책임있게 대화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자신이 방북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천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 보완 법안,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 사립학교법안, 언론관계 법안 등 4대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여야 4당 지도부와 정책 책임자가 참여하는 '민생.개혁입법 원탁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관련해 그는 "갑작스러운 관습헌법의 출현으로 국회의 입법권과 헌법 자체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헌재 결정을 인정하고 수용하지만 그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 여권의 법리 논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를 위한 개혁"=천 대표는 연설의 3분의 2가량을 경제 대책에 할애했다. 그러면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개혁이냐'는 시각에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 대표는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빈곤과 실업에 시달릴 때 추진됐다"며 "'경제 대개혁'이란 이분법으로 개혁을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장 규율을 강화해 공정한 경쟁을 실현하고, 관치 경제와 선단식 기업지배 구조를 개선해 체질을 강화하는 개혁이야말로 성장과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천 대표는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새해 예산을 당초 당정이 합의한 131조5000억원에서 추가로 늘리겠다는 방침이 대표적이다.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내년에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수조원 수준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연기금 투자대상을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한 교육.복지 시설로 확대▶내년 상반기 판교.파주.아산 신도시 건설 착공▶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금리 인하▶생산직 근로자의 수당에 대한 비과세 범위 확대▶유류세 탄력 적용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천 대표는 그러나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은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4대 입법 못하면 역사에 죄 짓는 것"="개혁의 기회는 한 세기에 한두번에 불과하다"는 미국 윌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천 대표는 "지금 개혁을 못 하면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다는 게 나와 열린우리당의 심정"이라고 했다.

여권이 행정부에 이어 국회의 과반수를 점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4대 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헌재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수용'이란 표현을 썼지만 결코'승복'하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궤변" 냉소=천 대표가 제안한 원탁회의에 대해 한나라당은 "4대 법안 철회 후에나 가능하다"(전여옥 대변인)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나라당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명분을 쌓기 위한 카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4대 입법안으로 체제를 흔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꿈 같은 말"이라고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흔쾌히 승복하지 않고 불평하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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