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객기 테러범 잡은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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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성탄절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 폭탄테러기도 사건에서 범인 검거에 일조한 승무원이 재미동포로 밝혀졌다. 주인공은 시카고 출신의 한인 1.5세 리처드 조(한국명 조승현·40·사진)씨. 사건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나이지리아를 출발해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하려던 노스웨스트 항공 소속 에어버스330 여객기 기내에서 폭탄 테러를 기도했다. 하지만 폭탄은 불발했으며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영화감독 야스퍼 슈링거가 압둘무탈라브를 제압했다.

하지만 최근 미 당국 발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승무원 조승현씨는 슈링거와 함께 테러범을 제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불발된 폭탄에 둘러싸고 있던 담요에 불이 붙으면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자 조씨는 평소 훈련받은 대로 침착하게 소화기 4대를 이용, 기내 화재를 신속히 끄고 당시 기내에 타고 있던 278명의 목숨을 구했다.

조씨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이라는 칭호와 함께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조씨의 아버지 조희장(70)씨는 조씨가 표창과 함께 그의 “영웅적 행동”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서도 받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서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면서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승객의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미국을 지킨 조씨의 영웅적인 행동을 미국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그 헌신과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편지는 최근 노스웨스트 항공을 합병한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애틀랜타 본부로 조씨를 초청한 자리에서 전달됐다.

부모를 따라 7세 때 미국에 이민 온 조씨는 시카고 서북부 교외의 샴버그 고교를 졸업했으며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뒤 노스웨스트 항공 승무원으로 일해왔다.

  이승호·임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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