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일본 도쿄대 교수 “한국, 일 민주당 정권과 네트워크 구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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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월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권이 안정돼 내년에는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방한과 재일동포 지방 참정권 허용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천황의 방한은 한·일 양국에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강상중(59·사진) 일본 도쿄대 교수(학제정보학부)는 9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국제교류재단 초청 강연회 직후 인터뷰를 하면서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을 위해선 일본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는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도 자민당은 영원하다’는 전제 아래 형성된 자민당 중심 구조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한·일 관계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은 민주당 정권, 지자체, 시민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일동포 2세인 강 교수는 197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뒤 일본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꾸고 ‘한국인’으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외국인 지문 날인 제도를 처음으로 거부했고, 도쿄대 최초로 한국 국적 정교수가 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 한일관계’란 주제의 강연회에서 “민주당 정권이 안정화되면 남북한 문제에 대해 과거 프랑스 미테랑 정부가 동·서독 통일을 지원했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 정치는 100여 년만에 처음 선거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분기점에 서 있다”며 “사회 현안에 대한 가치관 문제, 한·중 등 이웃 나라와의 관계, 미·일 안보관계에다 재정 적자 문제가 향후 선거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이 패배하면 3개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 민주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등 일본 정국은 혼란에 빠지고 새 한일관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일관계에 대해 “최근 일본에선 ‘김연아 신드롬’이 불고 있고, 삼성전자의 매출 증대 등으로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으며,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일 간에는 과거사 청산, 독도, 북한 대응 방식, 재일동포 참정권, 무역역조 등 5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 방식으로는 “과거사 천황의 방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양국 간에 역사 교류를 확대하고, 한일 무역 적자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단계적으로 풀 것”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에서 독도 문제 망언이 나와도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선 “일본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며 “일본 정치는 아직 불안정하므로 한국에서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은 이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작은 물고기가 아니라 활발하게 노는 돌고래가 돼 세계 정치 문대에서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며 “일본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 한국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500만 해외동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교포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오대영 선임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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